리플이 유럽 규제 문턱을 넘었지만, 엑스알피(XRP) 가격은 되레 하락했다. 승인 자체는 의미 있지만, 시장은 이를 ‘수요 촉진’ 재료로 보지 않은 흐름이다.
리플은 룩셈부르크 금융감독청(CSSF)으로부터 EU 암호자산 규제 ‘미카(MiCA)’ 체계 내 예비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CASP)’ 승인을 확보했다. 이번 승인으로 유럽경제지역(EEA) 30개국 전역에서 규제된 암호자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발표 직후 엑스알피(XRP)는 약 3% 하락했고, 24시간 기준으로는 5% 밀린 1.10달러(약 1,689원)에 거래됐다. 전반적인 크립토 시장 역시 하방 압력을 보이며 방어에 실패했다.
‘인프라 확보’ 성과…그러나 XRP 수요와는 거리
이번 CASP 승인은 리플에게 분명한 규제 성과다. 다만 회사 발표의 중심은 엑스알피(XRP)가 아닌 스테이블코인 RLUSD와 리플 페이먼츠 인프라였다. XRP는 해당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만 언급되며 사실상 부수적 위치에 머물렀다.
핵심은 ‘인프라 확장’이다. 리플은 유럽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단일 통합 시스템으로 결제, 환전, 송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기업 고객 유치에는 유효하지만, XRP 자체로 수요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MiCA 승인 구조적 한계…스테이블코인 변수
이번 승인은 ‘그린 라이트 레터’ 형태의 예비 승인으로, 최종 조건 충족 이후 완전한 MiCA 준수가 인정된다. 여기에 리플이 이미 보유한 전자화폐기관(EMI) 라이선스를 결합하면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완성형 구조가 된다.
문제는 RLUSD의 지위다. CASP 라이선스는 암호자산 서비스는 허용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별도의 규제를 따른다. 특히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EU 내 결제 수단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구조다.
현재 테더(USDT)는 사실상 유럽 시장에서 밀려났고, 서클은 USDC와 EURC를 EMI 체계 내에서 합법화했다. RLUSD가 이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확보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본격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늦은 진입·명확한 전략…그러나 XRP는 ‘배경’
리플의 이번 승인 시점도 경쟁사 대비 늦은 편이다. 미카는 2024년 12월 전면 시행됐고, 서클과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2025년 내 승인 절차를 마쳤다.
리플은 대신 ‘EMI+CASP 결합 구조’라는 차별화를 내세운다. 전 세계 60개 이상 시장에서 1,000억 달러(약 153조 6,100억 원) 이상의 결제 규모와 75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단일 규제 결제 레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익 구조는 여전히 RLUSD 중심이다. XRP는 네트워크 내부 유동성 역할에 머물며, 직접적인 매출이나 수요 창출과는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최근 커뮤니티에서도 이 점은 논란이 됐다. ‘스웰 2026’ 행사에서도 RLUSD 개발이 강조되면서 XRP 부진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규제 이슈까지 더해지며 RLUSD 중심 전략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MiCA 승인 역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다. 리플은 규제 친화적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고, RLUSD가 핵심 상품이다. 반면 엑스알피(XRP)는 그 기반 기술로 남아 있을 뿐, 가격 상승을 이끌 직접적 ‘촉매’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시장 반응이 냉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승인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영할 요소가 제한적이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