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휘발유 소비량이 4천650만8천배럴로 집계돼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휘발유만 늘면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는 '2026년 상반기 국내 석유 수급 동향 분석'에서 올해 상반기 휘발유 국내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석유제품 소비는 11.5% 감소했고 경유와 LPG 소비도 각각 6.8%, 5.8% 줄었다.
휘발유 소비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이후 3~4월 저점을 지나 5월부터 반등했다. 5월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고, 직전 달과 비교해도 12% 넘게 증가했다. 6월 소비량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의 가격 상한을 정해 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제도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반영되는 폭을 줄이는 대신,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는 소비 절감 신호도 약해질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단기 에너지수요전망(2026) 2026 상반기호'에서 국제유가 상승에도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석유제품 가격 인상폭이 제한돼 수송용 석유 소비의 가격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같은 연구는 최고가격제가 없는 경우와 비교해 휘발유 약 32만7천500배럴, 경유 40만1천100배럴의 소비 감소가 덜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제도 취지는 유가 충격 완화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 신호가 약해지면 에너지 절감 유인도 함께 낮아진다. 정부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수요 절감책을 병행한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가격 상승분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는 운행을 줄이는 상충된 신호가 나온 셈이다.
재정 부담도 남아 있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목적예비비 4조2천억원을 편성했다. 최고가격제로 눌린 가격 상승분은 정산 절차를 거쳐 정부 재정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보편적 가격 지원은 소비량이 많은 쪽에 더 큰 절대 편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흐름은 민생 부담 완화와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정책 목표가 동시에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가격 상한제나 보편적 보조금이 중요한 가격 신호를 약화하고 고소득 가구에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한시적 현금 지원을 우선 수단으로 제시했다.
산업통상부는 22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9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1천784원, 경유는 1천773원, 등유는 1천380원으로 유지됐다. 본지는 앞서 정부가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정유사 손실 보전 목적예비비 4조2천억원을 편성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민생 부담과 국제유가를 동결 배경으로 들었다. 산업통상부는 8월 20일 기준 브렌트유가 배럴당 93.8달러, 두바이유가 95.6달러, WTI가 87.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같은 날 기준 휘발유 리터당 1천862원, 경유 1천845원으로 파악됐다.
최고가격과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은 같은 값이 아니다. 국내 판매가격에는 국제유가 흐름, 유통 구조, 세금, 정유·주유소 단계의 가격 조정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이 때문에 최고가격 동결 효과는 소비자 체감 가격과 재정 정산 규모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동결은 물가 관리와도 맞물려 있다. 앞서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은 7월 소비자물가 둔화 요인으로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은 여전히 컸지만 6월보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당초 6개월 운영을 전제로 도입됐지만, 9차 가격 동결로 시행 기간은 6개월을 넘기게 됐다. 소비 억제와 민생 부담 완화, 정유사 손실 보전 사이의 비용 구조는 하반기 정산 과정에서 다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