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정에너지 설비가 올해 45기가와트(GW)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커진 데다 풍력·태양광 세액공제 마감 전 착공 수요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P글로벌 에너지(S&P Global Energy)를 인용해 2026년 미국 청정에너지 추가 용량이 45GW로, 2024년 기록보다 약 25%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풍력·태양광 지원 축소에 나섰지만, 실제 설비 증설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 신규 유틸리티급 발전설비는 86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EIA는 이 가운데 태양광 43.4GW와 배터리 저장장치 24GW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45GW와 86GW는 같은 지표가 아니다. 45GW는 청정에너지 추가 용량 추정치이고, 86GW는 유틸리티급 발전설비 전체 신규 용량 전망치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전력 수요 증가가 신규 발전설비 투자를 밀어 올리는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수요 쪽의 핵심 변수는 AI 데이터센터다. EIA는 1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미국 전력 사용이 2026년 1%, 2027년 3% 늘 것으로 봤고, 증가 배경으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형 컴퓨팅 시설 수요를 들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 설비를 동시에 돌려야 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전력망 부담도 함께 커졌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AI 병목이 전력망으로 옮겨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정책 환경은 반대로 움직였다. 백악관은 2025년 7월 7일 팩트시트에서 풍력·태양광 시설의 청정전력 생산·투자 세액공제를 종료하도록 재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IRS)도 Notice 2025-42에서 OBBBA에 따른 풍력·태양광 착공 기준과 세액공제 종료 조건을 정리했다. 2026년 7월 4일 이후 착공한 적용 대상 풍력·태양광 시설은 2027년 12월 31일 이후 가동할 경우 세액공제 종료 대상이 된다.
이 구조는 개발사들이 착공 시점을 앞당기게 만든다. 일정 안에 착공해야 세액공제 조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증설은 정책 완화의 결과라기보다 수요 증가와 세제 마감이 동시에 만든 앞당겨진 투자에 가깝다.
업계의 이해관계도 갈린다. 전력 수요가 늘면 발전·저장장치 사업자는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유인이 커진다. 반면 전력망 접속 대기, 송전망 보강 비용, 지역 전기요금 부담은 데이터센터가 몰린 지역의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풍력 부문에는 법적 변수도 남아 있다. 오리건 연방법원은 2026년 8월 6일 국방부의 풍력 프로젝트 심사 중단에 대해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리고, 심사 동결을 최종 판단 전까지 멈추라고 명령했다.
법원 결정은 일부 프로젝트의 절차상 병목을 낮췄지만, 풍력 인허가와 행정 심사 리스크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풍력은 입지, 군사시설 영향, 지역 민원, 계통연계 조건이 겹치는 산업이어서 세액공제와 별개로 허가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대표적 조합으로 꼽힌다. 태양광은 낮 시간 발전량이 크고, 저장장치는 시간대별 수급 차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실제 준공까지는 장비 조달, 금융 조건, 송전망 접속 일정이 함께 맞아야 한다.
한국 시장에도 연결점이 있다. AI 인프라 경쟁이 반도체와 서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전력망, 발전설비, 저장장치 수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청정에너지 증설 전망을 앞서 다룬 보도 이후에도 정책 역풍과 전력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도는 이어지고 있다.
다만 45GW와 86GW는 모두 전망치다. 실제 준공 규모는 인허가, 계통연계, 자금조달, 공급망, 지역별 데이터센터 규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세청의 착공 기준과 법원의 풍력 심사 관련 최종 판단이 향후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