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재무자산으로 쌓아 온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2025년 중반 이후 800억 달러(약 110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기업 주식으로 BTC에 간접 노출되던 구조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와 자본조달 부담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BTC를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사 50곳의 합산 시가총액이 2025년 7월 1500억 달러(약 207조7500억원)에서 2026년 8월 670억 달러(약 92조7950억원)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50곳 가운데 43곳은 BTC 재무전략을 발표하기 전보다 낮은 주가에 거래됐고, 35곳은 가치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감소분의 상당 부분은 스트레티지(Strategy·$MSTR)에 집중됐다. 파이낸셜타임스 집계에서 스트레티지의 시가총액 감소분은 790억 달러(약 109조4150억원)로 나타났다.
스트레티지는 마이클 세일러가 이끌어 온 대표적인 BTC 재무회사다. 회사는 주식과 전환사채, 우선주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BTC를 사들이는 방식을 시장에 확산시켰다.
스트레티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월 13일 투자자료에서 8월 9일 기준 84만447 BTC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서 회사는 8월 3~9일 1690 BTC를 1억860만 달러(약 1504억원)에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STRC 우선주 115만2020주를 재매입했다고 설명했다.
BTC 축적을 전면에 내세운 회사가 일부 보유분을 현금화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해석은 갈렸다. 매각 자체는 보유 전략의 포기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BTC 보유량 확대만으로 주식 프리미엄을 설명하던 논리는 약해졌다.
이 모델은 주가가 BTC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될 때 작동했다. 회사는 높은 주가를 활용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고, 조달 자금으로 BTC를 추가 매입했다.
프리미엄이 줄면 같은 구조는 희석, 부채, 우선주 배당, 환매 부담으로 돌아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상위 50개사가 2026년 7월 순매도자로 전환해 한 달 동안 매수보다 2500 BTC를 더 팔았다고 전했다.
직접 투자 수단이 늘어난 점도 배경이다. 2024년 1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가 등장한 뒤 투자자는 상장사 지배구조와 부채 구조를 거치지 않고 BTC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는 BTC 재무회사의 ‘상장사 래퍼’에 붙던 가격 논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BTC의 금융상품화가 수탁, 증권화 상품, 상장사 재무전략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본지 보도와도 맞닿은 흐름이다.
순자산가치(NAV)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와 시장가치를 비교할 때 쓰는 기준이다. BTC 재무회사에서는 보유 BTC의 시장가치와 기업가치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가 프리미엄 또는 할인 판단의 핵심이 된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쟁점은 보유량 자체보다 자본구조다. 스트레티지의 BTC 보유와 재무전략 변화에서 핵심은 보유 개수뿐 아니라 그 비트코인을 어떤 자본 구조로 들고 있느냐라는 본지 보도가 앞서 있었다.
다만 모델 전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메타플래닛(Metaplanet)(3350)은 공식 사이트에서 4만3000 BTC 보유를 표시하고 있다.
메타플래닛은 8월 18일 공시에서 슈퍼리그 엔터프라이즈(Super League Enterprise, Inc.)와 함께 미국 비트코인 재무 플랫폼 ‘Superplanet’를 출범시키며 2100 BTC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The Smarter Web Company도 8월 24일 기준 2712 BTC를 보유하고, 완전희석 기준 기업가치 대비 비트코인 가치 비율을 0.84로 제시했다.
BTC 재무전략의 핵심은 보유량에서 자본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같은 BTC를 보유해도 부채, 우선주, 환매 정책, 매도 가능성이 다르면 주식의 위험 구조도 달라진다.
이번 시가총액 감소는 BTC 보유 자체보다 그 보유를 어떤 자금으로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을 드러냈다. 상장사 BTC 재무전략 평가는 보유량뿐 아니라 순자산가치, 자금조달 비용, 환매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