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ropean Union·EU)이 러시아 개인·법인을 겨냥한 추가 제재 명단을 가을 중 추진한다. 7월 확정된 21차 제재 패키지가 가상자산 서비스와 제3국 플랫폼까지 겨냥한 만큼 거래소의 러시아 관련 컴플라이언스 부담도 커지고 있다.
카야 칼라스(Kaja Kallas)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독일 매체 디벨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시작된 뒤 가장 광범위한 제재 명단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대외관계청(EEAS)이 러시아 개인·법인 약 1600명을 겨냥한 명단을 EU 회원국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새 명단의 대상은 주로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연결된 개인·법인으로 전해졌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통상 자산동결, 거래 제한, 여행 제한 등이 적용된다.
수치는 아직 EU 공식 채택 문서로 확정되지 않았다. 유로뉴스는 칼라스 대표의 발언을 토대로 현재 제재 대상이 3000명을 넘고, 새 명단이 전체를 약 3분의 1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해석대로라면 추가 대상은 약 1000명 규모로 읽힌다. 로이터가 전한 약 1600명과는 차이가 있어 최종 규모는 회원국 협의와 공식 문서가 나온 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확정된 최신 조치는 7월 23일 채택된 21차 제재 패키지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패키지가 48명과 170개 법인을 포함한 218건의 추가 지정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지정 대상은 금융서비스, 가상자산, 무역, 에너지, 러시아 군산복합체에 걸쳐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패키지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와 군산복합체 지원망을 함께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조항은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21차 패키지는 제3국 가상자산 서비스에 대한 별도 차단 장치를 만들고, 추가 제3국 가상자산 플랫폼과의 거래 금지를 포함했다.
러시아 국적자가 가상자산 서비스 회사를 소유·지배하거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도 제한됐다. 제재가 거래 상대의 국적이나 소재지만 보는 단계에서 소유구조, 지배구조, 제3국 경유 여부까지 살피는 방식으로 넓어진 셈이다.
EU 이사회는 21차 패키지가 33개 러시아 은행, 1개 키르기스스탄 은행, 3개 비러시아 은행, 4개 금융 법인, 14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를 거래금지 대상으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또 제3국 가상자산 플랫폼과의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새 장치도 제시했다.
이 조치는 거래소 운영에도 반영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8월 14일 공지에서 규제 변화를 이유로 특정 가상자산 서비스사·플랫폼과 관련된 거래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에이치티엑스(HTX), EXMO, NoOnecrypto, BitPapa, Exnode 등이 포함됐다. 바이낸스는 8월 23일부터 적용 대상 플랫폼을 거친 거래가 컴플라이언스 검토와 지갑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공지했다.
본지도 앞서 바이낸스가 제재 연계 플랫폼 거래를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쟁점은 특정 거래소 이름만이 아니라 자금이 어떤 플랫폼을 거쳤는지였다.
이번 제재 흐름은 국내 거래소와 수탁사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플랫폼을 거친 입출금, 제재 대상과 연결된 지갑, 러시아 관련 소유구조가 함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도 거래 상대방보다 자금 이동 경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특정 플랫폼을 경유한 자금이 해외 거래소에서 제한되면 입출금 지연이나 추가 소명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을 패키지는 아직 준비 단계다. 로이터는 명단이 9월 초 EU 회원국에 제시되고 10월 채택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EU 제재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최종 명단과 거래금지 범위가 공개된 뒤 거래소별 적용 기준도 구체화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