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크레딧 쿱(Credit Coop)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사의 정산 자금을 온체인 회전형 신용으로 조달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이후 누적 정산 처리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3575억원)를 넘었다.
비자는 8일 공식 자료에서 카드사가 고객의 결제대금이 들어오기 전에 비자에 먼저 정산해야 하는 단기 자금 공백을 스테이블코인 신용한도로 보완한다고 밝혔다. 크레딧 쿱은 이 과정에서 회전형 신용한도를 제공한다.
카드사가 신용한도에서 자금을 인출하면 정산금이 비자 주소로 이동한다. 이후 카드회원이 납부한 금액은 크레딧 쿱의 스피곳(Spigot) 스마트계약을 거치며, 이자와 대출한도가 먼저 처리된 뒤 남은 금액이 카드사 운영계좌로 보내진다.
이 구조에서 담보 역할을 하는 것은 카드회원이 향후 납부할 결제대금이다. 비자는 일일 정산 자료와 블록체인 거래 기록을 함께 활용해 필요한 대출 규모와 자금 상환 여부를 확인한다.
비자는 크레딧 쿱이 2023년 이후 3000건이 넘는 대출과 9000건이 넘는 상환을 온체인에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관련 거래 건수의 기준일은 8월 19일이며, 수치는 크레딧 쿱이 제공했다. 비자는 참여 대출에서 부도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대출 잔액이나 위험 노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모델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사업의 확장이 있다. 비자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프로그램이 160개를 넘었고 결제량이 전년보다 거의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정산 규모의 연환산 수치는 200억달러(약 26조8600억원)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프로그램과 정산 규모가 함께 늘어난 흐름도 확인됐다.
주요 이용자는 결제 인프라 기업 레인(Rain)이다. 레인은 2023년 8월부터 크레딧 쿱의 회전형 신용한도로 비자 정산 의무를 처리했으며, 8월 19일까지 2000건이 넘는 대출과 7000건의 상환을 통해 약 20억달러(약 2조6860억원)의 정산을 처리했다.
다만 25억달러는 특정 시점의 대출 잔액이 아니라 회전형 신용한도를 통해 누적 처리된 정산 규모다. 같은 자금이 상환된 뒤 다시 사용될 수 있어 크레딧 쿱의 매출이나 전체 카드 결제액, 시장점유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자는 참여 대출 비용이 최대 30% 낮아졌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금리와 표본 규모, 산출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수치만으로 모든 참여 기관의 금융비용이 같은 폭으로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자는 카드 기업 카르타(Karta)가 크레딧 쿱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뒤 기관 대출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카르타는 6월 갤럭시 벤처스와 커뮤니티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주도한 1억4000만달러(약 188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발표했지만, 발표문에는 크레딧 쿱 이용 사실이 포함되지 않았다. 카르타가 기관 자금을 조달한 내용은 앞선 온체인 금융 모델과 연결돼 소개됐다.
회전형 신용은 대출과 상환을 반복하며 운전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온체인에 남는 대출·상환 기록은 운영 이력을 보여주지만, 기록 자체가 차주의 전체 신용위험이나 대출기관의 손실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스피곳 스마트계약은 유입된 자금의 우선순위를 정해 이자와 대출한도를 먼저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돈을 갚지 않거나 결제대금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 손실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대출기관별 손실 분담과 준비금·보험의 존재 여부, 담보 부족 때 청구권의 범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각 대출 계약의 법적 보호장치와 손실 배분 구조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 모델은 전통적인 탈중앙화금융 대출과도 다르다. 일반적인 디파이 대출이 대출액보다 많은 암호화폐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비자와 크레딧 쿱의 구조는 미래 결제대금과 비자의 정산 자료를 신용 판단의 기반으로 삼는다.
블록체인은 자금 인출과 상환의 시점, 토큰 흐름, 스마트계약 실행 기록을 남긴다. 반면 실제로 얼마를 빌릴 수 있는지와 어떤 조건을 적용할지는 비자의 정산 자료와 개별 대출 계약에 좌우된다.
비자의 공개 내용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블록체인 대출이 카드 정산에 필요한 단기 운전자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적 처리 규모는 25억달러를 넘었지만, 대출 잔액과 위험 노출 규모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