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가 미국의 물가 안정 흐름을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잇따라 부과한 수입 관세가 향후 1년 내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2.25%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올해 12월에는 연간 근원 인플레이션이 3.8%에 달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PCE는 연간 2.6% 상승하고 있지만, 월별 상승률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안정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관세 부과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런 전망에 균열이 생겼다.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와 엘리스 펭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적용되기 직전, 인플레이션 문제는 사실상 진정되는 양상이었지만, 곧 발표될 소비자물가지표부터 관세의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계 은행 도이체방크는 이에 앞서 “기조 인플레이션 자체도 여전히 완강하고, 둔화 흐름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전문가 평가 속에서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관세 부담을 소비자가 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업 또는 수입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골드만삭스 전망에 따르면 기업의 70%가량이 그 비용을 소비자를 향해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환율 측면에서도 관세 효과는 간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무역전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됐고, 이는 해외 제품의 수입가를 높여 미국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제조업체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데, 이러한 생산 원가의 상승도 가격 전가의 또 다른 경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국과의 새로운 무역 합의를 전격 발표했지만, 기존의 10%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에도 미 정부가 관세를 경제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관세가 일시적 장애물이나 정책적 지렛대 차원을 넘어서, 중장기적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