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채권시장은 심상치 않은 변동성을 겪었다. 금리 자체는 큰 폭의 움직임이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 우려, 연준과 백악관 간의 긴장 고조가 투자 심리에 계속 영향을 줬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되며, 장기금리 방향성과 채권시장 전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 차입 비용에는 영향을 주더라도, 10년 만기 미 국채를 포함한 장기금리는 실물 경제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더 민감하다. 4월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시장은 큰 폭의 출렁임을 경험했고, 이어 5월에는 재정적자 확대가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며 금리가 다시 위로 움직였다. 이후 6월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인플레이션 지표도 다소 억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웰링턴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리지 쿠라나는 현재처럼 경기둔화 가능성이 고조될 경우 장기채권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주식의 하락을 채권시장이 방어해주는 상관관계를 보여줬지만,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이 이 패턴을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성장성이 둔화되는 구간에 진입한다면 채권은 다시금 효과적인 ‘헷지 자산’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낙관론만으로 보기에는 조심스럽다. 연준이 단기금리를 고수하는 동안 장기금리가 하락하지 못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연준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배즐리 펠프스의 칼 스프랭거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경제에 충격을 주는 요인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현재 정책 스탠스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 간의 긴장도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는 경제에 추가 부양 효과를 주기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고, 최근에는 파월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새로운 연준 의장을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른바 ‘그림자 의장(Shadow Chair)’ 효과를 유도해 시장에 정책 방향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 이안 링겐은 익명의 연준 차기 인사 언급만으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그 결과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림자 의장이 연준의 중립성을 훼손시킨다면, 시장은 이를 리스크로 간주해 장기 채권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채권시장의 향방은 단순한 금리 인하 여부를 넘어, 경제 성장세 둔화, 정치 리스크, 연준의 정책 신뢰성 등 복합적인 요소가 밀도 높게 얽힌 결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