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동안 한국의 수출이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미 정부의 무역 규제와 긴 추석 연휴가 겹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와 선박 수출의 견조한 증가세 덕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의 수출액은 595억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6월부터 이어진 수출 증가 흐름의 다섯 번째 연속 기록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체 수출 성장을 이끌었다. 고용량·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나타난 수출 감소세는 일부 업종에 뚜렷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련 품목 수출이 급감했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 증가 흐름이 5개월 만에 꺾이며, 전년 대비 10.5% 감소했다. 주요 산업인 철강(-21.5%), 일반기계(-16.1%), 자동차 부품(-18.9%) 등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해 대미 무역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2% 줄어든 87억1천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3년 1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내 수요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관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반도체는 미국 수출에서도 예외적으로 70.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아이템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현재 한국 수출 구조가 일부 고성능 IT 품목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타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아세안 지역 수출도 각각 5.1%, 6.5% 감소해 전반적인 지역 다변화 전략에도 다소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다만 최근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부상 중인 대만과의 무역에서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출이 전년 대비 46.0%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10월 수입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535억2천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이로써 무역수지는 60억6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10월까지 누적 흑자는 564억3천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흑자 규모를 초과한 상황이다.
최근 10월 말, 한미 양국이 관세 관련 협상 세부내용에 합의하면서 향후 관세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합의가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여건을 개선하고, 당분간 유지되던 수출 성장세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산업 분야는 무역 장벽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고 있어, 향후 수출의 질적 전환과 시장 다변화 전략의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