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수출이 반도체 중심의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천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수출 규모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는 의미로, 한국 무역 역사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610억4천만 달러로 집계되며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했다. 특히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든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일평균 수출액이 13.3%나 늘어났고, 이는 11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로써 6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 흐름이 이어졌고, 1∼11월 누적 수출은 6천402억 달러로 지난 2022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38.6% 증가한 172억6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월간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누적 수출 역시 1천526억 달러로, 이미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 실적을 확보한 상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를 끌어올리며,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실질적인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 수출이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강세에 힘입어 11월에 64억1천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이차전지, 바이오, 무선통신, 컴퓨터 등도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이며 전반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이 고르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국가별로는 대미 수출이 0.2% 소폭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유럽, 중동 등에서의 수출 확대가 이를 상쇄하는 구조를 만들며 시장 다변화 노력도 성과를 냈다.
한국의 연간 수출은 지난 30년간 빠르게 불어나 1995년 1천억 달러를 시작으로, 2008년 4천억, 2011년 5천억, 2021년에는 6천억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예상대로 12월 수출이 작년 수준인 613억 달러만 유지돼도 연간 7천억 달러 달성은 무리가 없다. 특히 일본의 2024년 수출 규모가 7천75억 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국이 실질적인 수출 규모에서 일본과 유사한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는 점은 한국 무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인한 관세 장벽과 세계 경기 둔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금과 같은 수출 상승세의 지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2026년 한국의 수출액이 올해보다 0.5% 감소한 6천971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기 둔화와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그 원인으로 들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수출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수출 품목의 다변화와 시장 진출 전략 고도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병행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 이외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한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