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가격, 전쟁 이전 수준 부근서 고점 부담…동반 강세 유지
21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827.7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이란 전쟁 직후 형성됐던 고점권보다는 숨을 고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80.06달러 안팎으로, 금과 마찬가지로 중동 긴장 고조 국면에서 오른 가격대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모습이다. 최근 변동성을 감안하면 전쟁 발발 직후 급격한 움직임보다는 완화된 흐름이지만, 절대 수준으로는 여전히 높은 구간에 머무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 가격이 이란 전쟁 이후 한 차례 크게 뛰었다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와 미국의 전쟁 장기화 회피 기조 속에서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한 것은 안전자산 수요가 일정 부분 진정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은 정치·군사적 위기 때 위험 회피 수단으로 선호되는 전통적 안전자산이다. 반면 은은 귀금속이면서도 전기·전자, 태양광 등 산업 수요 비중이 큰 자산으로, 최근 가격 수준은 지정학 변수와 함께 제조업·친환경 투자 흐름에 대한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와 은 ETF인 iShares 실버 트러스트(SLV)는 각각 금·은 현물 가격 흐름을 금융시장에 투영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세부 가격 데이터는 공개 API 발급 이후 확인이 가능하지만, 통상 GLD와 SLV는 현물 가격 방향성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며 투자자 심리가 가격 변동에 반영되는 구조를 보인다. 최근 금·은 현물이 전쟁 초기 고점 대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는 만큼 ETF 시장에서도 방어적이지만 과도하게 쏠리지 않은 수급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며 한때 유가와 안전자산 불안을 자극했으나, 현재는 이란의 봉쇄 완화와 미국의 전쟁 장기화 회피 신호로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중국·일본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파병 논의의 진전 여부를 지정학 변수 중 하나로 함께 거론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논의는 직접적인 가격 결정 요인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위험 인식과 심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17개월 연속 금을 순매수하며 지난달에도 약 5t을 추가 매입한 점은 중앙은행 차원의 금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전쟁 휴전 국면에서 일부 국가의 금 매도 움직임이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의 지속적인 매입은 외환보유를 달러 일변도에서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중앙은행 수요는 GLD 등 ETF를 통한 단기 매매와 달리, 실물·준실물 수요의 기반을 형성하는 요소로 인식되며 현물 가격과 금융시장 가격의 괴리를 제한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금·은 가격 형성의 배경으로 함께 거론된다.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들썩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부각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또는 동결 결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화정책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금리 민감 자산인 금·은의 일중 변동 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이란 전쟁 휴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달러 매도세가 재개된 점도 주요 통화 간 자금 재배치와 함께 금·은 시장을 둘러싼 환율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요소로 인식된다.
이날 금·은 현물과 ETF 시장은 전쟁 직후 불안 정점에 비해 한층 안정된 흐름을 보이지만,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유지하려는 심리는 여전히 작동하는 분위기이다. 안전자산 특성의 금과 산업·투자 수요가 섞여 있는 은이 함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과 안전자산 사이에서 비중 조정을 계속하는 국면임을 시사한다.
금과 은은 금리와 환율, 각국 통화정책, 전쟁·제재와 같은 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 매입이나 ETF 수급, 정치·외교 발언 등에 따라 가격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향후에도 거시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