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21일 일제히 오르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주식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삼성에스디아이는 전 거래일보다 10.97% 오른 59만7천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배경은 메르세데스-벤츠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20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고, 앞으로 해당 차량에 들어갈 고성능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의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개발과 생산 설비 구축에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은 그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계약 기간이 여러 해에 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공급 규모가 최소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도 갖는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이미 비엠더블유와 아우디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까지 더하면서 독일의 대표 프리미엄 완성차 3사를 모두 납품처로 확보하게 됐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경쟁력이 배터리 성능과 직결되고,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장기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실적과 생산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계약은 삼성에스디아이가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급 신뢰도를 다시 확인받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승 흐름은 삼성에스디아이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엘지에너지솔루션은 9.21%,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5.71%, 에코프로비엠은 3.57%, 에코프로는 3.60% 오르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개별 종목 재료를 넘어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시장에서는 전기차 캐즘, 즉 시장이 급성장한 뒤 잠시 수요가 둔화하는 구간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그 조정 국면이 예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회복의 배경으로 전기차 수요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를 함께 꼽고 있다. 교보증권의 최보영 연구위원은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3월 전기차 판매량도 1∼2월보다 견조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기차 판매 회복과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경우, 이차전지 관련주의 반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