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기술 투자 흐름을 사실상 ICT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9일 발표한 2024년 ICT 기업 연구개발 투자 및 인력 조사에서 국내 ICT 기업의 연구개발비가 64조6천10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3.8% 늘어난 수치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규모로만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 연구개발비 106조7천억원의 60.6%에 해당한다. 국내 전체 산업 연구개발의 절반을 훌쩍 넘는 자금이 ICT 분야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이번 증가세는 정부 재정보다 민간 자금이 주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민간과 외국 재원은 62조4천억원으로 전체의 96.6%를 차지한 반면, 정부와 공공 재원은 2조2천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방송기기업이 59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92.1%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제작업은 4조2천억원으로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는 작았지만,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53조5천억원을 투자해 전년보다 16.3% 늘었고,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중소기업도 2조5천억원으로 11.9% 증가해 기술 축적 의지를 이어갔다. 반면 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는 5조2천억원으로 0.3% 줄었다. 벤처기업 연구개발 투자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정부 예산 감액이 함께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창업과 초기 혁신기업이 자금 압박을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대응 필요성도 커진다.
연구개발의 성격을 보면 상용화에 가까운 개발연구가 45조2천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다만 기초연구도 8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9% 늘어나 응용연구 증가율 16.1%를 웃돌았다. 당장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개발뿐 아니라,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강화됐다는 의미다. 연구개발 인력은 22만5천900명으로 1년 전보다 5천200명 늘었고, 국내 전체 산업 연구개발 인력 47만900명의 48.0%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방송기기업이 16만1천명으로 가장 컸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투자 규모에 비해 5만7천명을 고용해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분야로 분석됐다.
정부는 앞으로 벤처기업과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 주도형 연구개발 과제 발굴과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 양성에도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ICT 투자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벤처 부문의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혁신 저변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집중과 생태계 균형을 함께 살피는 정책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