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고채 발행 규모가 226조2천억원으로 처음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재정 확대를 뒷받침하는 채권 시장의 역할이 한층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대응을 위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면서 전년 157조7천억원보다 68조5천억원 늘어난 물량이 시장에 풀렸고, 정부는 이를 큰 충격 없이 소화해 경기 회복의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가 29일 발간한 국채 백서 ‘국채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채 시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도 발행 기반을 유지했다. 자국 우선주의 통상 기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성 불확실성 같은 외부 변수 속에서도 대규모 조달이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국고채 발행이 늘면 국가채무가 함께 증가하고, 그에 따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도 커질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운용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지난해 국고채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297조4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보유 비중도 25.7%로 전년 22.8%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한국 국채가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계국채지수(WGBI·글로벌 주요 국채를 편입하는 대표 채권 지수) 편입 기대가 커지면서 해외 자금이 선제적으로 들어온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금리 흐름은 하반기로 갈수록 다소 달라졌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리는 구조여서 이는 국고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금리 인하 국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부는 개인 투자용 국채 5년물을 새로 발행하고, 해외 변수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채선물 야간 거래를 도입하는 등 시장 기반을 넓히는 제도 개선도 병행했다.
올해는 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가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 관심사다. WGBI 편입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는 체결 기준 10조원, 결제 기준으로는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7조9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다음 달 편입 비중이 더 높아지는 일정에 맞춰 이번 주부터 추가 자금 유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인프라를 정비하고, 정부 내부에 시장 동향 분석과 리스크 대응을 전담하는 조직도 새로 만들어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국채 시장의 국제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외국인 자금 비중 확대에 따른 변동성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