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단기 자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많아진 데다, 은행에 머물던 대기성 자금까지 일부 증시로 이동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40조5천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객이 실제로 꺼내 쓴 대출 잔액을 뜻하며, 단순히 설정된 한도와는 다르다. 4월 말 39조7천87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영업일 만에 7천152억원이 늘었다. 이 규모는 2023년 1월 말 40조5천395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증가 폭 역시 월간 기준과 비교해도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주식시장 급등이 있다. 최근 코스피가 7,500선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자, 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 이른바 포모 현상이 개인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는 단기 유동성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실제 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필요할 때 바로 자금을 꺼내 쓸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움직일 때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신용대출 수단으로 꼽힌다.
은행권 자금 흐름을 보면 이런 분위기는 예금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696조511억원으로, 4월 말보다 5천13억원 줄었다. 4월 한 달 동안에도 3조3천557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 달째 줄어든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투자 전 잠시 머무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한데, 이 돈이 일부 증시 주변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대출 증가는 주식 투자 수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2023년은 고금리 충격으로 위축됐던 가계대출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회복 기대 속에 다시 늘기 시작한 시기였고,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로 일부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붙는 흐름이 있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다시 40조원대로 올라선 뒤 연말연시 상여금 유입 등으로 잠시 줄었다가, 최근 증시 급등과 함께 재차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더 강해질 수 있지만, 변동성이 커질 경우 빚을 활용한 투자 부담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