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시장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 투자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3천1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1% 늘었고, 벤처펀드 결성액도 4조3천652억원으로 30.7%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신규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결성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실적은 벤처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과 비교해도 투자금은 34.3%, 펀드 결성 규모는 57.2%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 조달 환경이 한동안 위축됐던 흐름을 지나, 벤처 생태계가 다시 성장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 서비스가 전체의 21.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바이오·의료 20.5%, 전기·기계·장비 15.3%가 뒤를 이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제조 부문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5% 급증했는데, 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에도 시장의 관심이 커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진 배경에는 펀드 조성 확대도 자리하고 있다. 출자자별로 보면 정책금융은 전년 동기보다 82.0% 늘어 증가폭이 두드러졌고, 민간 부문도 19.8% 성장했다. 정책금융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을 말하는데, 민간 자금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 시기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실제로 1분기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모두 26곳이었고, 이 가운데 10곳은 비수도권 기업이었다. 수도권에 쏠린 투자 흐름이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는 조짐도 읽힌다.
다만 투자 온기가 모든 기업에 고르게 퍼진 것은 아니다. 업력 7년 초과 기업의 투자 유치액은 1조8천741억원으로 35.9% 늘었고, 7년 이하 기업도 1조4천449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반면 창업 3년 이하 초기 기업의 투자액은 6천675억원으로 9.5% 줄었다. 시장이 불확실성이 큰 초기 기업보다 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뜻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모태펀드 출자 확대와 민간 투자 유인을 위한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같은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초기 창업기업까지 자금 흐름을 넓히는 정책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벤처 생태계 전반의 체력이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