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2일 하루 만에 11원 넘게 오르며 1,517.2원에 마감했다. 엔화 약세에 원화가 함께 밀린 데다 국제유가 상승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겹치면서 달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1.1원 오른 1,517.2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으로는 4월 2일 1,51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장 초반 1.4원 내린 1,504.7원에 출발했지만 곧바로 방향을 바꿨고,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1,519.4원까지 올랐다. 외환당국은 주간 거래 마감 직전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두개입에 나섰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움직임이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필요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환율을 밀어 올린 가장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반등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재차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측이 무기급에 가까운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협상 진전 기대는 약해졌다. 그 영향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 7월 인도분 선물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장보다 1.84% 오른 배럴당 98.11달러에 거래됐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유가가 오르면 달러 결제 수요가 커지기 쉬워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엔화 약세도 원화에 부담을 줬다. 일본 정부가 중동 정세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화는 약세를 보였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070엔까지 올랐다. 원화는 대외 변수에 민감하고 엔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날도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2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달러 수요를 더 자극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9천23억원으로 전날 2천212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이날 환율 급등이 원화 자체의 고유한 악재라기보다 달러 수급이 한꺼번에 쏠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정희 케이비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환전 수요, 국제유가 상승,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달러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99.247로 전날보다 0.09 올랐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3.76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80원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와 유가, 외국인 자금 움직임이 진정되지 않으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외환당국이 변동성 관리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환율이 단기간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움직임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