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2천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시장금리와 환율, 물가가 동시에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의 상환 부담과 자산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993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과 카드 사용액 가운데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모두 더한 수치로, 사실상 가계가 짊어진 전체 빚의 규모를 보여준다. 문제는 빚의 절대 규모가 커진 데 그치지 않고, 대출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로 은행권 주택대출은 다소 눌렸지만, 저축은행과 신협 등 제2금융권 대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차주들이 더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한 셈이다.
신용대출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뚜렷했다. 증권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8조원가량 늘었는데, 최근 증시 강세를 타고 이른바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방식)가 확산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집값 상승과 자산가격 급등 국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심리도 대출 증가를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등 부동산 규제 지역을 피해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와,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진 주가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가계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차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 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이 여파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다시 은행채 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시중에서 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오르면 은행과 금융회사가 가계에 빌려주는 돈의 이자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차주뿐 아니라 증권사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물가와 환율도 가계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에너지 가격과 생활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종전 기대 약화 속에 1,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다시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코스피가 지난 15일 장중 8,000선을 넘었다가 같은 날 7,493.18로 마감할 만큼 큰 폭으로 흔들리면서, 자산시장에 기대를 걸었던 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함께 커졌다. 빚을 내 투자했는데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흔들리면, 가계는 이자 부담과 자산 손실 위험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위험은 단순히 빚이 많다는 데 있지 않고, 고금리 대출 확대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자산시장, 그리고 물가 상승이 한꺼번에 겹쳐 있다는 데 있다. 당국으로서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와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을 함께 살피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고, 가계도 차입을 통한 투자와 소비를 보다 보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와 미국 금리, 환율 변동이 안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만큼 개인의 신용관리와 위험 분산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