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진전 기대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내렸다. 중동 정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그동안 공급 차질 우려로 높아졌던 유가가 한꺼번에 조정을 받은 것이다.
이날 아이시이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5.63% 내린 배럴당 105.02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의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5.66% 하락한 98.2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는 각각 유럽과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기준 유종인데, 두 지표가 나란히 5% 넘게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지정학적 긴장 완화 가능성을 비교적 민감하게 반영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하면서도, 이란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 진전 기대와 군사적 압박이 함께 언급됐지만, 시장은 우선 갈등이 전면 충돌로 번지지 않고 외교적 해법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외무부도 주변국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행을 위한 규약 마련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긴장 완화 기대를 키웠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의 안정 여부는 유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다만 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미 흔들린 원유 공급망이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이 장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도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 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가 200달러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단순히 산유국의 생산량만이 아니라, 수송 경로의 안전과 보험, 해상 물류 비용까지 함께 유가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날 급락은 전쟁 위험이 일부 낮아졌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국제유가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실제 협상 타결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상화 수준, 주요 산유국의 대응에 따라 유가는 다시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국제 원자재 시장과 각국의 물가, 에너지 비용 전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