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는 인공지능 대표주 엔비디아의 실적과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성적표, 그리고 이란 전쟁을 둘러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방향이 크게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3% 오르는 데 그쳤고, 나스닥종합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소폭 내렸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투자 열기를 반영해 강하게 올랐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59% 하락하며 7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시장은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해 상승해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둘러싼 불안이 남아 있는 상태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1% 선을 넘어선 것도 이런 불안을 반영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변수는 결국 유가와 물가다. 중동발 충격이 이어지면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는 운송비와 생산비, 소비자물가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비엠오캐피털마켓츠의 프랑수아 트라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유가 상승이 결국 경제와 증시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런 위험이 주요 지수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 참가자들이 협상 지속과 군사 충돌 재개 사이에서 미국의 선택을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실적 가운데서는 엔비디아가 단연 핵심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다시 5조달러를 넘어섰고, 지난주 최고치 기준으로는 5조7천억달러에 육박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과열로만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로, 대형 기술주의 평균적인 평가 수준에 가깝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 추론 수요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콜레로 반도체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루멘텀 같은 광통신 장비주와 브로드컴 같은 네트워킹 기업으로까지 투자 심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발언 역시 인공지능 투자 방향을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반면 실물경제의 체력을 확인하는 데는 월마트와 타깃, 홈디포 같은 소비 관련 기업 실적이 더 중요하다. 현재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 기대감에 힘입은 기술주 중심 상승이 두드러지지만, 경기민감주와 전통 산업 비중이 큰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S&P500지수는 약 3% 올랐지만, 종목 비중을 동일하게 반영한 동일가중 기준 S&P500지수는 거의 제자리다. 금융 업종은 올해 들어 6% 넘게 하락해 가장 부진한 영역으로 꼽힌다. 이는 시장이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 소비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이 길어지면 소비자들은 값싼 상품으로 이동하거나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큰 만큼,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미국 소비심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주요 경제지표와 연준 인사 발언도 함께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5월 18일에는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 19일에는 4월 잠정 주택판매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연설, 홈디포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20일에는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마이클 바 연준 이사 발언, 엔비디아와 타깃 실적이 나온다. 21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 4월 주택착공·건축허가,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월마트 실적이 발표된다. 22일에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다시 월러 이사 발언이 예정돼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주 중심 강세가 더 이어질지, 아니면 물가와 소비 둔화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번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