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처음으로 총운용자산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품이 나오면서, 저비용 지수투자가 세계 자금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운용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ETF, 종목코드 VOO의 총운용자산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17억 달러가 새로 유입된 데다, 올해 들어 690억 달러 넘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온 상황에서 4월 이후 뉴욕증시 상승세가 자산 규모 확대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ETF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로, 주식처럼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VOO는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다. 2010년 출시된 뒤 복잡한 종목 선택 없이 미국 대형주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총보수가 0.03%로 매우 낮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장기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왔다. 이런 흐름 속에 이 상품은 지난해 미국 최초 ETF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ETF를 제치고 총운용자산 기준 세계 최대 ETF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기록은 단순히 한 상품의 몸집이 커졌다는 의미를 넘어, ETF 시장 자체가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의 벤 존슨 클라이언트 설루션 대표는 블룸버그에 ETF가 과거의 주변적 투자수단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 수백만 투자자의 기본 투자도구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자산관리 시장에서는 높은 수수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운용보다, 시장 전체를 낮은 비용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운용이 개인과 기관 모두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뱅가드의 성장 배경도 이런 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저비용 인덱스펀드 개념을 대중화한 잭 보글이 1975년 세운 뱅가드는 2025년 11월 기준 총자산운용 규모가 12조 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운용사다. 뮤추얼펀드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이고, ETF 부문에서는 블랙록에 이어 세계 2위다. 결국 이번 1조 달러 돌파는 미국 증시 강세와 저수수료 상품 선호, 장기 분산투자 문화의 확산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글로벌 자금이 개별 종목 선택보다 대표지수 추종형 상품으로 더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