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이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배려대상자에게는 신용점수를 심사 기준에서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1일 금융당국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검토는 제도 취지와 실제 이용 조건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성격이 강하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급하게 생활자금이 필요한 저소득·저신용층이 고금리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든 정책서민금융상품이다. 연체자나 무직자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문턱을 낮춘 상품이지만, 현재는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천500만원 이하라는 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도 신용점수가 높으면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A씨는 몸이 불편해 일하기 어렵고 월세 마련이 급했지만, 연체 이력이 없어 신용점수가 800점대로 높다는 이유로 이 상품을 이용하지 못했다. 최근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직접 체험하던 중 이런 사례를 확인했고, 이를 계기로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처럼 소득과 생활 여건은 취약하지만 신용점수만으로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도 이런 운영상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출범한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보완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융의 목적이 단순한 신용평가가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에 있는 만큼, 자격 기준을 더 세밀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포용금융 강화 흐름은 다른 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조정 때 적용하는 생계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가구별 중위소득의 60%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최근 주거비와 생활비가 오른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생계비 인정 비율을 높이거나 주거비 등 추가 생계비 인정 한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개선안이 마련되면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들과 협의를 거쳐 협약 개정 절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취약계층 지원 제도가 형식적 기준에 막혀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신용점수 중심 기준을 얼마나 유연하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정책서민금융의 실효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