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대폭 손질해 혁신 금융 서비스가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제도권 금융으로 더 쉽게 안착할 수 있는 길을 넓히기로 했다. 핀테크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해본 뒤 정식 사업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겪던 규제와 심사 부담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서강대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샌드박스 제도개선 간담회와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행사를 열고 이런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기존 규제에 막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해 시험 운영을 허용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이 제도를 통해 지난 3월 말 누적 기준 6조2천300억원의 투자금이 유치됐고, 4천794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지금까지 제도가 혁신기업의 초기 실험에는 도움이 됐지만, 정작 제도권 편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샌드박스 지정 시점부터 중소 혁신사업자에게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배타적 운영권은 일정 기간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선도 사업자의 시장 진입 이점을 보장하는 장치다. 기존에는 정식 인허가를 받아 제도화 단계에 들어가야 이런 권한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더 이른 단계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배타적 운영권을 받은 사업자는 비용지원 관련 심사 절차도 면제받고 지원금 한도도 확대된다.
스타트업의 현실을 반영한 심사 체계 보완도 함께 추진된다. 초기 기업은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재무건전성이 충분하지 않아 규제 심사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았는데, 금융위는 이를 보완할 별도 심사방안과 부가 조건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후관리 방식도 바뀐다. 혁신금융서비스가 시작된 직후부터 연 단위로 운영성과를 점검하고, 성과가 우수한 서비스는 상용화를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신속히 손보겠다는 것이다. 또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혁신사업자가 사업 운영 과정에서 겪는 해석 불확실성도 줄일 계획이다.
샌드박스 종료 이후의 연결 고리도 강화된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인허가 심사 가점이나 패스트트랙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식 금융사업자로 계속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제도 적용 범위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넓혀, 빠르게 바뀌는 금융환경에 제도가 뒤처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기존 금융회사가 수익성이나 보수적 위험관리 때문에 외면해온 금융의 사각지대를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메워야 진정한 금융 대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핀테크 산업의 제도권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동시에 혁신 촉진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제도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