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유럽중앙은행이 7월에는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6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1.9%까지 낮아졌다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5월 3.2%까지 올라섰는데, 6월 들어 다시 오름폭이 다소 줄었다.
이번 둔화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안정이 있다. 에너지 가격은 6월에도 전년 대비 8.7%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5월의 10.8%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술·담배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월 2.6%에서 6월 2.4%로 내려갔다. 근원물가는 일시적인 외부 충격보다 기초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시장은 이번 수치를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란전쟁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세 가지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당시에는 국제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맺고 국제유가가 빠르게 진정되면서, 시장이 예상하던 추가 금리 인상 경로도 상당 부분 약해졌다.
실제 유럽중앙은행 내부에서도 경계감은 남아 있지만 분위기는 다소 신중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중앙은행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몇 주 전보다 더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틴 코허 오스트리아국립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유럽중앙은행은 당분간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이 다시 출렁이면 긴축 기조가 재차 강화될 수 있지만, 현재처럼 유가 안정과 근원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이달에는 금리를 그대로 두고 이후 지표를 확인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의 물가 충격이 일시적이었는지, 아니면 다시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