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9월 원유 조달량 감소에도 국가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지 않기로 했다. 홍해 해상 위험으로 유조선 운송 기간이 길어졌지만, 이미 방출을 결정한 비축유 미사용분으로 공급을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로이터는 아카자와 료세이(Ryosei Akazawa) 일본 경제산업상이 9월과 10월에 국가 원유 비축분을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9월 원유 조달량은 지난해 월평균의 약 80%로 예상됐고, 8월 조달량은 지난해 월평균과 같은 100% 수준으로 제시됐다.
조달 감소의 직접 원인은 항로 변경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통상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치는 항로를 이용했지만,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위협으로 더 긴 수에즈 항로를 택하고 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경유 시 일본 도착까지 21~23일이 걸리지만, 수에즈 항로는 약 55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운송 기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면서 9월 조달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이미 방출이 결정된 국가 비축분 가운데 대체 조달 진전으로 아직 사용되지 않은 물량이 남아 있다”며 “그 물량을 쓰면 9월 원유 공급을 지난해 평월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방출 대신 기존 결정 물량을 운용해 9월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뜻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3월 이란 주변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을 이유로 민간 석유 비축 의무를 국내 소비 15일분만큼 낮추고, 국가 원유 비축분도 약 1개월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조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동 비축유 방출과 맞물렸다.
일본은 4월에도 국가 석유 비축분 약 20일분을 추가 방출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 악화가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 이어진 결과다.
경제산업성은 6월 발표에서 대체 원유 조달이 진행되면서 7월 조달량이 전년 평월 대비 약 100%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3차 국가 비축유 방출은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 9월 조달 감소는 수요 급증보다 운송 경로 변경에 따른 시간 차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정부가 추가 방출을 보류한 것도 물량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착 시점이 늦어진 문제로 본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가 비축유는 공급 차질에 대비해 정부가 보유하는 원유다. 민간 재고가 정유사와 유통망의 단기 수급을 보여준다면, 국가 비축유는 정부가 위기 때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대응 여력을 뜻한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중동 정세와 해상 운송 차질은 정유사 조달 비용과 제조업 에너지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동아시아 원유 수급과 운송비 흐름을 살피는 지표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이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한 대응은 추가 비축유 방출이 아니라 기존 방출 결정분 활용과 대체 조달 유지다. 10월 원유 조달량은 지난해 월평균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