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 신호 속에 4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배럴당 83.53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국시간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는 전장보다 1.30달러(1.58%) 오른 배럴당 83.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10월물은 전장보다 1.86달러(2.12%) 상승한 배럴당 89.70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이 오른 것은 지난 21일 이후 처음이다. WTI는 장 초반 소폭 상승에 머물렀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웠고, 한때 2% 넘게 오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지난 6월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 조건으로 돌아갈 뜻이 없다는 입장을 중재국들에 반복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 "현재 어떠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대통령이 이란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할 때까지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당장 외교 재개보다 압박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모흐센 레자이(Mohsen Rezaei)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먼저 이란의 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하며, 그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우리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러 차례 외교와 협상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도발을 시작하면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이익에 재앙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과 직결된 해상 통로다. 이 지역의 통행 제한이나 협상 지연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워 선물 가격에 위험 프리미엄으로 반영될 수 있다.
이번 반등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가 약해진 데 따른 가격 조정 성격이 크다. 본지는 앞서 미·이란 갈등이 유가와 비트코인 흐름에 함께 반영된 장면을 전한 바 있다.
팀 워터러(Tim Waterer) KCM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장 큰 위험은 합의에 대한 낙관론이 시기상조로 판명되고,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결렬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위험 프리미엄이 가격에 빠르게 다시 주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교착이 이어질 경우 시장이 공급 불확실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날 확인된 가격은 정규장 마감 기준이다. 향후 유가 흐름은 미국의 대이란 압박 수위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입장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