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국채의 새 수요처로 거론되고 있다.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미국 단기국채를 사들이는 구조가 커질 경우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발행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엠증권(iM증권)은 2일 보고서에서 미국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약 2738조원)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외부 전망을 검토하며 국채 수요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핵심은 준비자산이다.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액에 맞춰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주요 발행사는 준비자산 상당 부분을 미국 단기국채와 국채담보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운용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이 늘면 준비자산도 함께 커진다. 이 자금이 단기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으로 운용되면 단기국채 시장에는 새 매수 기반이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인 동시에 단기 달러 자산 수요처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iM증권은 테더와 써클이 보유한 T-bill 규모를 각각 1150억 달러(약 157조4350억원), 132억 달러(약 18조708억원)로 제시했다. 역환매조건부채권과 기간부 역환매조건부채권까지 포함하면 두 회사가 미국 국채시장과 연결한 자산은 2034억 달러(약 278조4546억원)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까지 커진다는 가정 아래 T-bill 직접 보유 규모는 8550억 달러(약 1170조4950억원)로 늘 수 있다. 현재 대비 7260억 달러(약 993조8940억원) 규모의 추가 수요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도 이 논의와 맞물린다. 재무부는 8월 19일 10~20년물과 20~30년물 장기 명목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38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476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본지도 앞서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국채 수요론이 함께 부각됐다고 전했다. 다만 준비자산으로 인정되는 국채 만기가 짧은 자산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장기채 수급 문제를 직접 떠받치는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BTC)처럼 가격 변동을 투자 논리로 삼는 자산과 달리 결제와 보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행사는 상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과 단기 국채를 준비금으로 둔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결제 혁신만이 아니다. 달러 표시 토큰이 해외 결제와 송금, 실물연계자산(RWA) 거래에 쓰이면 달러 사용 범위가 넓어진다. 동시에 발행사는 준비자산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해 달러 수요와 국채 수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규제 체계도 마련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17일 지니어스법(GENIUS Act) 시행을 위한 규칙 제정안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재무부는 2027년 1월 18일부터 미국 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연방 또는 주 면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1대1 준비자산 원칙을 적용하려는 미국 정책 흐름과 이어진다. 지니어스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액을 1대1로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가상자산 거래 수요만으로 2028년 2조 달러에 도달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iM증권은 결제, 송금, 실물연계자산 등 비가상자산 영역으로 사용처가 얼마나 넓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해 준비자산이 증가하고 T-bill 수요 확대라는 구조가 형성되면 미국은 글로벌 달러 사용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구조적 투자자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며 “스테이블코인 성장 속도는 향후 미국 단기국채 수급을 판단하는 변수로서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