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과 하나증권, DB증권이 회사채 6000억원 모집에 4조265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모집액의 약 7.1배에 달하는 규모로, 시장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증권채에 대한 기관 수요가 확인됐다.
디지털투데이는 세 증권사의 수요예측 결과를 전하며 증시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과 높아진 이자수익 매력이 기관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보도했다.
대신증권은 1500억원 모집에 1조5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하나증권은 3000억원 모집에 2조150억원, DB증권은 1500억원 모집에 6600억원의 주문을 각각 확보했다.
금리 조건도 발행사에 유리하게 형성됐다. 대신증권은 2년물과 3년물 금리를 개별민평보다 각각 10bp와 11bp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하나증권도 2년물과 3년물에서 각각 7bp와 9bp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DB증권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발행액을 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증액 후에도 1.5년물과 3년물 가산금리는 동일 신용등급 채권의 평균 평가금리인 등급민평보다 각각 3bp와 7bp 낮게 결정됐다.
신용등급 AA-인 대신증권과 AA인 하나증권에 이어 A+급 DB증권도 민평금리를 밑도는 조건을 확보했다. 민평금리는 민간채권평가사들이 산정한 해당 채권의 평균 평가금리다.
이번 결과는 9월 초 세 증권사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예정됐던 흐름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권채 수요는 올해에도 이어져 한국투자증권은 5월 2500억원 모집에 2조4950억원, 삼성증권은 7월 3000억원 모집에 1조8700억원의 주문을 각각 받았다.
흥행 배경으로는 증권사 실적 개선이 꼽힌다. 주식 거래가 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와 금융상품 관련 수익이 증가했고,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7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7% 증가했다. DB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77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167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금리 상승은 발행사에는 이자 부담이지만, 새로 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에는 이자수익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신용도가 높고 업황이 양호한 증권사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기업의 회사채 공급 감소도 수급에 영향을 줬다. 하나증권은 금융지주와 증권사를 제외한 올해 1~7월 회사채 발행액이 약 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조원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회사채는 약 9조원 순상환된 반면 단기자금 순조달은 약 9조원 늘었다. 회사채 상환분을 단기조달로 대체하는 흐름과 지난달 회사채 발행 비수기가 맞물리면서 이달 기관의 대기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조달 자금으로 기업어음과 콜머니, 전자단기사채 등을 상환할 계획이다. 만기가 짧은 채무 일부를 중장기 회사채로 전환해 차환 부담을 줄이고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기관 수요가 충분한 시기에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리면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고 특정 시점에 만기가 몰리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주문 규모만으로 실제 조달 부담이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9일 디지털투데이 보도에서 “올해 회사채 발행이 부진하지만 금융지주와 증권 등 금융사의 발행이 증가한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급감한 수준은 아니”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하면 점차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와 신용도, 최종 발행 조건이 향후 증권채 수요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남았다.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채권가격 하락 우려로 기관의 매입이 신중해질 수 있고 발행사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최종 조달비용은 증액 후 발행 조건과 시장금리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