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으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쟁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해외자산 매도는 아직 뚜렷하지 않아 대규모 자금 회귀가 현실화할지는 불확실하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1일 3.005%까지 올랐다. 물가 상승과 재정지출 우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금리 상승 배경으로 거론되며 엔화 가치도 9월 들어 4% 올랐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에 닿은 사실은 앞서 본지도 보도했다. 이번에는 금리 상승 자체보다 일본 자금의 해외 채권시장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미국 국채 1조1000억달러(약 1476조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자산 규모는 5조달러(약 6710조원)에 이른다. 수십 년간 이어진 초저금리로 일본 투자자들이 수익을 찾아 해외 채권시장으로 자금을 옮겨온 결과다.
일본 내 금리가 오르면 해외 채권에 대한 신규 투자 수요가 줄거나 기존 자금 일부가 국내로 돌아갈 수 있다. 일본 국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수록 해외 채권을 새로 사들이는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뱅가드 자산운용의 알레스 쿠트니 해외 금리 담당 책임자는 “일본 내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일본은 점차 더 많은 자본을 자국 안에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엔화와 일본 국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채권 시장, 그리고 전반적인 글로벌 자금 조달 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국내 금리 상승이 글로벌 채권 수요와 조달 비용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이치방크는 연기금과 보험사, 개인 투자자 등이 일본 자산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자금을 향후 수년간 최대 4400억달러(약 590조원)로 추산했다. 해당 수치는 실제 매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라 일본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추정치다.
알파 빈와니 캐피털의 애슈윈 빈와니 설립자는 일본 투자자들이 기존 해외자산을 대거 매각하지 않더라도 해외로 나가는 신규 자금이 줄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 수요처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채권 가격보다 신규 매수 규모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공적연금(GPIF)의 자산 배분도 변수로 거론된다. GPIF의 운용자산은 318조엔(약 2781조원)이며, 우에노 겐이치로 후생노동상은 8일 자산구성 수정 여부와 관련해 “3월 말 시점에서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지만, 계속해서 적절하게 검증이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GPIF는 일본 공적연금의 운용을 맡는 대형 기관투자가다. 자산구성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투자 대상별 비중을 뜻하며, 비중 조정 여부에 따라 일본 안팎의 채권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자금 이동은 제한적이다. 도이치방크의 오모리 쇼키 일본 채권 전략 책임자는 올해 8월까지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채권 매도가 거의 없었고 은행권 매도도 미미했다고 밝혔다.
연금 신탁은 해외자산 매입을 이어갔다. 금리 상승에도 일본 금융기관 전반이 해외 채권을 일괄적으로 처분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스티븐 스프랫 전략가는 “자금 회귀의 위험은 존재하지만, 과연 누가 자금을 회수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말보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애시 펀드매니저는 금리 차이 축소와 일본은행의 긴축 지속 기대가 엔화 차입으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일본 금리가 오르고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이 거래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청산 규모는 금융기관별 전략과 환헤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일본 금리와 엔화 흐름이 글로벌 채권금리와 위험자산 선호를 좌우할 수 있는 간접 변수다. 일본 투자자의 해외채권 신규 매수 속도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은 본지도 앞서 전했다.
이번 자료만으로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의 가격 방향을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와 GPIF·보험사·은행의 해외채권 거래를 함께 확인해야 하며,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는 9월 17~18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