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통과량이 급감한 가운데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으면서 겨울철 수요 확대를 앞둔 원유시장의 공급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은 2026년 2분기 하루 평균 49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얀 스튜어트(Jan Stuart) 파이퍼 샌들러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11일 메모에서 수출 차질과 재고 감소, 디젤 공급 부족이 4분기 수요 확대와 겹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퍼 샌들러는 하루 500만~600만 배럴의 중동 공급 부족 가능성도 제시했지만, 이 수치는 추정치다.
홍해 항로의 위험도 커졌다. 예멘 후티 반군은 10일 홍해 연안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11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마윤섬을 확보했다.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아시아로 보내는 대체 경로로 홍해 항로를 활용해왔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통과량이 줄고 홍해 항로까지 위협받으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송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기 위해 동서 파이프라인을 거쳐 홍해의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냈다. 홍해 항로까지 위협받으면 수에즈운하와 이집트의 수메드 파이프라인을 이용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2분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석유제품 물량이 하루 평균 490만 배럴이었다고 밝혔다. 2025년 4분기 하루 평균 2160만 배럴과 비교하면 통과량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량은 하루 평균 810만 배럴이었다. EIA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 대신 동서 파이프라인과 얀부항을 이용하면서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물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병목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며, 두 해협 모두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주요 수송 경로로 쓰인다.
수에즈운하와 수메드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 경로지만 운송 시간이 더 길다. EIA는 이 경로들이 비용과 수송능력에도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제제품 시장에서도 공급 긴축 신호가 나타났다. EIA는 2분기 미국 증류유 수출이 하루 평균 156만 배럴로 5년 평균보다 30% 많았다고 밝혔다.
증류유에는 디젤과 난방유 등이 포함된다. 국제 정제제품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미국 정유사의 정제마진도 높아졌지만, 이를 곧바로 디젤 부족 위기로 규정할 구체적인 규모와 지속 기간은 제시되지 않았다.
파이퍼 샌들러가 제시한 중동 공급 부족 추정치는 독립적인 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사실은 해상 운송 경로의 통과량 감소와 정제제품 시장의 긴축 신호다.
EIA는 2026년 8월 전망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2분기에 하루 평균 420만 배럴, 3분기에 하루 평균 380만 배럴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이어진다는 전제에 따른 분석이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 선적 재개 흐름을 보도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안도 원유 통과량뿐 아니라 우회 항로의 수송능력과 운송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또 디젤 가격이 원유보다 먼저 흔들린 흐름도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 시장의 완충 여력을 판단할 기준은 중동 선적량과 아시아 재고의 추가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