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이 전년 동월보다 0.3% 감소했다.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할인점과 창고형 매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11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민간 비농업 부문 전체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1%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0.3%포인트 웃돈 셈이다. 명목임금은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7월보다 0.1% 감소했다.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0.3% 줄었다. 임금이 올랐더라도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감소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은 에너지였다. 휘발유 가격은 8월 한 달 동안 3.9%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물가는 1년 전보다 16.3%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27.4% 상승했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7% 올랐으며 주거비는 3.0%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4%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는 전체 물가가 0.4%, 근원물가가 0.3% 상승했다.
임금과 물가의 흐름은 올해 봄부터 다시 뒤집혔다. 헤더 롱(Heather Long) 네이비페더럴크레디트유니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상당수 미국인의 소득이 현재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임금 상승분을 없애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격차가 근로자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2023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임금 상승률이 대체로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 기간 미국 근로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잃었던 구매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봄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서 회복 흐름이 되돌아갔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의 관계에서 4월이 뚜렷한 전환점이었다고 진단했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크게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 상승세까지 둔화하면 구매력 압박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오랫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롱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최선의 결과는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이 2027년 초 다시 비슷해지는 것이다. 다만 두 지표가 같아지더라도 물가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매력 감소는 소비 행태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소비는 경제활동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임금으로 살 수 있는 규모가 줄면 가계가 지출에 더 신중해질 수 있다.
앞서 본지는 미국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임금·소비 격차가 좁아졌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이번에는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계층과 관계없이 가계의 구매력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유고브(YouGov) 자료에서는 고소득층이 코스트코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저소득층이 선호하는 식료품 매장은 월마트 슈퍼센터로 나타났다.
네이비페더럴의 내부 지출 자료에서도 할인점과 창고형 매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홀푸드에서 장을 보던 소비자들이 코스트코와 알디로 이동하는 모습이 소득 계층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