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라틴 아메리카 벤처투자 시장에서 브라질이 다시 중심 무대로 복귀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들은 2025년 3분기 동안 총 6억 9,200만 달러(약 996억 원)의 자금을 유치해 전년 대비 47%, 전 분기 대비 92% 급증했다. 이는 브라질이 2분기 1위를 차지한 멕시코를 제치고 다시 선두로 올라선 성과다. 같은 기간 멕시코 스타트업들은 1억 2,600만 달러(약 181억 원)를 조달하며 전년 대비 21%, 전 분기 대비 7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분기 라틴 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투자 건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반 중소기업 경영 소프트웨어 기업 오미(Omie)의 1억 6,000만 달러(약 230억 원) 규모 시리즈 D 라운드였다. 글로벌 투자사 파트너스 그룹이 이 거래를 주도했으며, 기업 가치는 7억 달러(약 1,008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3분기 전반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스케일업 및 후기 단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활기를 띠었다. 전체 벤처투자 총액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로, 전년 대비 21%, 전 분기 대비 8% 증가했다. 특히 후기 단계 투자금은 4억 7,700만 달러(약 686억 원)로 전년 대비 176% 급증했지만, 2분기 대비로는 16% 하락했다.

초기 단계 투자도 강세를 보이며 4억 2,500만 달러(약 612억 원)를 조달, 전년 대비 18%, 전 분기 대비 48% 늘었다. 시드 및 엔젤 투자 단계에서는 1억 500만 달러(약 151억 원)가 투자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4% 증가한 수치지만, 전년 대비로는 47%가 줄어든 결과였다.

이번 분기에는 오미 외에도 멕시코시티 소재 디지털 뱅크 카피탈(Kapital)이 1억 달러(약 144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라운드를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브라질의 B2B 소프트웨어 통합 지주회사 캐노피(Canopy) 또한 1억 달러를 조달하며 후방 디지털 인프라 영역에서 대형 투자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투자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QED 인베스터스의 브라질 책임자 카밀라 비에이라는 “AI 도입과 핀테크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 흐름이 감지된다”며, 특히 브라질의 금융 범죄 대응 노력과 이에 따른 규제 강화가 시장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금융권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18억 8,000만 달러(2조 7,000억 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기록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한편 F-프라임(F-Prime)의 파트너 로시오 우는 “알트(대체 투자) 자산 기반의 인프라 확장이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활발하다”면서, 자사의 3,000만 달러(약 432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이끈 브라질 백오피스 플랫폼 카나스트라(Kanastra)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플러리시 벤처스의 다이애나 나르바에즈는 “라틴 아메리카는 단순한 추격자의 역할을 넘어 변화의 주체가 되고 있다”며, 특히 핀테크 분야가 소비자 신뢰와 금융 접근성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에 의해 가장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기존보다 적은 자본과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규제 명확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이 본격적으로 금융 시스템에 도입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F-프라임은 로컬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실물 자산의 토큰화를 결합한 신사업 모델이 라틴 아메리카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