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은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 비전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세계 최고 AI 기업의 수장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술 강국으로서의 기대감을 높이지만, 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는 오픈AI의 천문학적 '밑 빠진 독'과 이를 메우기 위한 이상(理想)의 퇴색이라는 씁쓸한 현실이 드리워져 있다.
1조 달러 공약과 '위태로운 도약': 프리미엄 역설에 갇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향후 10년간 오라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으로부터 1조 달러가 넘는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했다. 이는 세계 AI 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규모가 오픈AI의 현재 재정 능력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현재 오픈AI는 연간 약 130억 달러의 경상수익(ARR)을 올리고 있으며 , 이 중 70%는 ChatGPT 소비자 구독에서 나오지만 , 올해 상반기에만 약 80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ChatGPT는 8억 명이 넘는 정규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 유료 구독자는 겨우 5%에 불과하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처럼 확장하고, 스타트업처럼 자금을 태우고, 국부 펀드처럼 지출하는' 궁극의 프리미엄 역설에 갇힌 모습이다.
오픈AI 경영진은 엔비디아, AMD와의 칩 확보 계약 등을 담보로 '창의적인' 부채 조달을 모색하며 , 사실상 "우리는 빚을 갚을 능력이 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려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이 접근 방식을 "다른 사람들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오픈AI에게 "사업을 구축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거대한 컴퓨팅 약속이 오히려 부채를 위한 담보가 되는 '순환 거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AGI'의 낭만은 가고, '도파민 판매'의 현실만 남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오픈AI가 천문학적 컴퓨팅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내놓은 수익 창출 전략의 방향이다. 샘 알트먼 CEO는 인류의 이익을 위한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이라는 숭고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작 현재 직면한 재정난 해법은 지극히 세속적이다.
오픈AI는 소라(Sora) 비디오 제작, AI 에이전트, 쇼핑 도구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 온라인 광고 진출과 Jony Ive와 협력한 AI 기반 개인 비서 기기 출시까지 고려하고 있다. 특히 광고에 대해서는 인스타그램의 개인화 광고 접근 방식을 언급하며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했지만 , 사실상 광고 도입을 검토 중이다.
AGI가 AWS(아마존 웹 서비스) 청구서를 막아주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 앞에, 인류의 이상을 실현하려던 기술 혁신은 결국 '수익화'라는 인터넷의 오래된 엔진에 기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때 'AI는 곧 암을 치료할 것'이라던 이상은 빠르게 사라지고, 검증된 성인을 위한 '성인 콘텐츠' 허용과 같은 논란이 등장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수익원 다각화'라고 부를지 모르나, 이는 곧 '디지털 이상주의의 붕괴'이자 GPU 활용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어쩌면 광고와 성인 콘텐츠가 수조 개의 매개변수 모델을 지원하는 길, 즉 AGI로 가는 길이 'AI 여자친구'와 '매운맛 모드'를 통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기술 혁명이 이상으로 시작해 수익화로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위험한 실험'의 조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과 알트먼 CEO의 회동이 'AI 강대국'이라는 샴페인만 터트리는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픈AI의 현재는 '가장 비싼 기술 실험'의 한가운데 있다. 만약 이들이 성공한다면 '지능의 AWS'가 될 것이나, 실패한다면 역사상 가장 값비싼 실패로 기록될 수 있다. 한국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오픈AI의 거대한 자금 조달 계획에 위험한 조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오픈AI의 혁신적인 기술력만을 볼 것이 아니라, 1조 달러의 빚더미와 퇴색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그들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AI 인프라와 인력, 자본이 'AGI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목표 아래 오픈AI의 적자를 메우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한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가 필요하다.
AI 강국 도약은 공허한 구호가 아닌,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샴페인 뒤에 숨겨진 1조 달러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우리 스스로의 AI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