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기반의 머신 이코노미가 차세대 디지털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에이전트 간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케이원 리서치(K1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경제활동을 위한 신뢰 체계가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핵심은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신원 확인, 평판 평가, 작업 검증이 이루어지는 폐쇄 루프형 신뢰 프레임워크다. 이는 향후 수천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인간 개입 없이 협업과 거래를 수행하는 기반 인프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머신 이코노미에서는 에이전트가 데이터 처리, 결제, 협업의 주체로 작동하면서, 전통적 인간 사회의 신뢰 모델이 설 자리를 잃는다. 이에 따라 신뢰 메커니즘의 재정의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고, 이는 블록체인 고유의 특성과 결합해 기술적 대응 모델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ERC-8004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dAI 팀 주도로 탄생한 신원·평판·검증 중심의 신뢰 프레임워크로서, 자율형 에이전트 간 무신뢰 협업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ERC-8004는 총 세 가지 레지스트리 구조를 갖는 프레임워크로 설계되었으며, 신원 등록부는 각 에이전트에게 고유한 AgentID를 부여해 온체인 기록과 조합한다. 평판 등록부는 행동 이력과 과업 수행 결과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검증 등록부는 결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알고리즘 and TEE 증명 등을 처리한다. K1 Research는 이를 통해 블록체인이 단순 원장 기능에서 나아가, 머신 간 검증 가능한 사회적 계약 플랫폼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을 실제 응융단으로 연결시킨 플랫폼이 바로 Trusta AI의 AgentGo다. AgentGo는 ERC-8004의 세 가지 모듈을 현실 시스템에 매핑해, 단순 개념 모델이 아닌 실행 가능한 신뢰 엔진으로 작동한다. 신원 인증(IDV Agent), 행동 추적(Agent Tracker의 SIGMA 점수 시스템), 검증 및 크로스체인 확인(MCP Service)을 통해 스마트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거래 당사자를 식별하고, 협업에 참여하며, 결과를 검증하고 대가를 정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은 인간 개입이나 플랫폼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코드와 데이터만으로 완성된다.
AgentGo는 현재 Ethereum, Solana, Starknet, BNB Chain 등에서 시범 적용 중이며, 컨센시스와 협력해 메인넷 가시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SIGMA 평판 지표는 에이전트의 전문성, 영향력, 참여도, 경제적 가치 등 다섯 차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행동 기반 신뢰를 정량화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해당 점수는 온체인 거래 기록과 오프체인 활동을 분석해 자동 갱신되며, 거래의 사전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K1 Research는 이처럼 신뢰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구조가 궁극적으로 기계 경제의 질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gentGo는 Trusta AI의 신원 토큰 ‘$TA’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TA는 신원 등록과 서비스 스테이킹에 사용되며, 결제 및 정산 수단이자 생태계 거버넌스 참여 권한까지 부여하는 멀티 기능형 유틸리티 토큰이다. 총 발행량 10억 개 중 약 18%만이 현재 유통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팀, 커뮤니티, 생태계 기여자에게 분배되어 장기 지속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초기 토큰 분배 전략과 락업 구조는 단기적 거래보다는 생태계 기여 유인을 강화하는 설계로 평가된다.
현재 ERC-8004와 AgentGo는 이론에서 현실로 진입하는 과도기에 있다. 다양한 VC가 참여하며 인프라 구축은 빠르게 진척 중이며, A2A 통신 표준과 x402 마이크로페이먼트 프로토콜과의 통합을 통해 완전한 머신 간 신뢰 스택이 완성될 전망이다. 특히 Coinbase, ConsenSys, MetaMask 등이 참여하는 신원 및 결제 인프라 구축은 해당 생태계의 확장성을 뒷받침한다.
K1 Research는 이 모든 흐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뢰의 주체와 구조 변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인간이 중심이던 신뢰의 파라다임이 코드-데이터-합의라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진화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재편을 시사한다. 낯선 AI 에이전트가 서로 거래하고 협업하며, 그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검증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사회. 그 핵심 연결고리가 AgentGo와 ERC-8004가 구축하는 신뢰 프레임워크다. 이는 결국 기계 경제가 자율성과 신뢰를 동시에 갖춘 진정한 경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