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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트코인 전도사'의 청구서, 그리고 멈춰 선 플라이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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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세일러의 '비트코인 레버리지' 전략이 하락장 속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위기에 봉착했지만, 이 사태는 그의 공과(功過)를 떠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냉혹한 교훈이 되어야 한다.

 '멈춰버린 플라이휠'… 전략 위기 속 수세에 몰린 마이클 세일러 / 토큰포스트

'멈춰버린 플라이휠'… 전략 위기 속 수세에 몰린 마이클 세일러 / 토큰포스트

시장은 냉혹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의 시가총액이 그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 밑으로 추락했다. 비트코인을 내다 팔면 559억 달러를 쥘 수 있는데, 정작 시장은 회사의 가치를 457억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기현상, 이른바 '순자산가치(NAV) 역전'이다.

그간 마이클 세일러가 구사한 전략은 일종의 '금융 연금술'이었다. 고평가된 주식을 찍어 비트코인을 사고, 자산 가치가 오르면 주가가 뛰고, 다시 주식을 발행했다. 하지만 주가가 자산 가치보다 낮게(디스카운트) 거래되는 지금, 이 '무한 동력'의 플라이휠은 멈춰 섰다. 이제 주식 발행은 자금 조달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의 살을 깎아먹는 자해(自害) 행위일 뿐이다. 수학(Math)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경영진은 "최후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팔 수 있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1월 15일 MSCI 지수에서 퇴출당할 경우 수조 원대 매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2025년 들어서만 주가가 45% 폭락했다. '빚내서 투자(레버리지)'하는 방식이 하락장에서 어떤 청구서를 내미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냉정히 말해 MSTR은 건실한 기업이라기보다 헤지펀드를 위한 '고위험 변동성 상품'에 가까웠다. 상승장에선 천재적 전략으로 포장되지만, 하락장에선 그저 위태로운 빚잔치일 뿐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없는 재무 구조는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대리 상품'이라 믿었던 것이 실은 시한폭탄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세일러를 향한 조롱에 마냥 동참하기엔 찜찜함이 남는다. 그의 전략은 틀렸을지 몰라도, 그가 업계에 남긴 족적까지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인터넷 도박 칩'에서 '기관 투자 자산'의 반열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월가(街)의 내로라하는 CEO들이 비트코인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게 만든 장본인이 그다. 블랙록 같은 거대 자본이 시장에 진입하게 된 배경에는, 미치광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확신을 설파했던 세일러의 공이 분명 존재한다. 전략에 대한 비판(Disagree)과 영향력에 대한 인정(Acknowledge)은 공존해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화려한 서사(Narrative)'가 '리스크 관리'를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세일러의 위기가 곧 비트코인의 실패는 아니다. 다만, 광기 어린 확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시장에서의 생존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550억 달러짜리 비싼 수업료를 통해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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