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니콘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활기를 되찾으며 벤처 투자 생태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M&A를 통해 엑시트한 유니콘 기업 수와 인수 금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년간의 침체기를 지나 기술 기업들이 다시금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5년 한 해 동안 M&A로 엑시트한 유니콘 기업은 총 36곳으로, 인수 총액은 약 670억 달러(약 9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구글(GOOGL)이 클라우드 보안 기업 위즈(Wiz)를 무려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인수한 사례다. 이어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에 103억 달러(약 14조 8,000억 원)에 매각됐고, 실리콘밸리의 옵저버빌러티 플랫폼 크로노스피어(Chronosphere)는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에 34억 달러(약 4조 9,000억 원)에 인수됐다. 인공지능(AI) 기반 광인터커넥트 기술을 보유한 셀레스티얼AI와 자동화 협업 플랫폼 무브웍스(Moveworks)도 각각 마벨 테크놀로지와 서비스나우(NOW)에 인수되며 대형 거래 대열에 올랐다.
한편 IPO 시장 또한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섰다. 올해 전통적 IPO 방식을 통해 상장된 유니콘 기업은 총 40곳에 이르렀으며,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 또는 역합병을 통한 상장은 2건이 있었다. 전체 IPO 규모는 약 2,070억 달러(약 298조 원)로, 2020년의 최고치보다는 900억 달러가 낮지만 2018~2019년 수준과는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IPO 기업으로는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 협업툴 피그마(Figma),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 챔(Chime), 중국 프랜차이즈 기업 믹시우그룹(Mixue Group) 등이 꼽힌다.
다만 유니콘 기업의 엑시트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에서 유니콘 보드의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유니콘 보드에 등록된 기업 수는 약 1,640개, 이들의 누적 투자 유치는 1조 1,600억 달러(약 1,670조 원)에 달하며, 평가총액은 약 7조 달러(약 1경 8,480조 원)에 이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절반 이상인 840개 기업이 최근 3년간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의 회복이 과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AI와 보안 등 기술 중심 산업을 중심으로 점차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6년 초 상장이 유력시되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과 같이 대형 IPO를 앞둔 기업들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IPO를 통한 엑시트가 정체되던 지난 3년간, 기술 중심 유니콘 기업들은 엑시트 전략의 가시성을 확보하지 못해 투자심리가 위축됐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대형 엑시트가 현실화되며 벤처 캐피털 업계는 다시금 회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이 창업기업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덕분에, 유니콘 보드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 수는 여전히 빠르게 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