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2월 초 급락 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군사 긴장, 연준 정책 결정, 기관 투자자의 포지셔닝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시장은 균형 상태에서 새로운 촉매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10일 카이코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월 초 매도세 이후 약 20% 폭의 가격 범위인 6만~7만2000달러 구간에서 4주 이상 횡보하고 있다. 가격은 여러 차례 6만달러 부근 하단을 테스트했지만 추세적 하락이나 강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현재는 시장 참여자들이 주요 거시 변수의 방향성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균형 상태를 형성했다.
이 같은 흐름은 1월 10만달러 이상 고점에서 시작된 급락 국면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방향성이 뚜렷한 하락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상승과 하락 어느 쪽에서도 확신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으며 가격이 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박스권 국면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촉매가 등장할 때 큰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월 27~28일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긴장 고조는 암호화폐 시장의 24시간 거래 구조를 시험하는 사건이 됐다. 해당 사건은 전통 금융시장이 닫혀 있는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시장은 즉각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했다.
지정학적 충격 이후 주말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은 크게 증가했다. 평소 주말 거래량이 하루 약 15억~20억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해당 주말에는 약 80억달러까지 확대되며 약 네 배 증가했다. 시장이 중동 지역 리스크를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면서 거래 활동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가격 변동은 전통 금융시장이 다시 열린 이후 나타났다. 3월 2일부터 4일 사이 런던 거래 세션에서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3월 4일에는 런던 세션 거래량이 58억달러를 기록해 전날 33억달러 대비 76% 증가했다. 이 시점은 파생상품 시장의 미결제약정 확대와 함께 숏 스퀴즈가 발생한 시기와도 맞물렸다.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운영되지만 실제 유동성은 여전히 전통 금융 시장의 지역별 거래 패턴을 따른다. 지정학적 충격이 아시아 시간대에 발생했음에도 아시아 세션 거래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런던과 미국 세션에서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숏 포지션 청산과 가격 변동이 본격화됐다.
기관 유동성은 이번 구간에서도 주요 가격 재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6만2000달러 부근에 집중됐던 숏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숏 스퀴즈가 발생했다. 겉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이 박스권에서 정체된 것처럼 보였지만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상당한 포지션 재조정이 진행됐다.
거시 환경 측면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지정학적 긴장 국면에서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수요를 흡수했고, 중동 리스크 영향으로 국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반면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 대체 자산 사이에서 명확한 역할을 확립하지 못한 채 범위 내 움직임을 이어갔다.
동시에 암호화폐 인프라 위에서 전통 자산 거래가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중동 긴장 속에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전통 자산이 암호화폐 거래 인프라를 통해 거래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 거래를 넘어 멀티 자산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의 박스권 흐름이 장기 정체라기보다 향후 변동성 확대의 전조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3월 18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결정이 가까워지면서 옵션 시장에서는 변동성 상승을 반영한 가격 형성이 나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