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이 하루 동안 수차례의 급등락을 반복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미국 에너지장관의 트윗 하나가 시장을 흔들었다가 삭제로 되돌리는 황당한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식은 막판 하락 전환했고 비트코인과 금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에너지장관 트윗 삭제 소동…원유 하루에만 수차례 급변
이날 원유 시장은 그야말로 헤드라인 룰렛이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위기 진정' 발언 이후 가격이 횡보하던 원유는 오전 9시(미 동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긴급회의 소식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략비축유(SPR) 공동 방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의 트윗이었다. 오후 12시45분, 그는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했다고 게시했고 유가는 즉시 급락했다. 그러나 약 25분 뒤 해당 트윗은 삭제됐고, 복수의 취재원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 모두 호위 사실을 부인하면서 유가는 다시 급반등했다.
오후 1시25분에는 CBS가 미 정보당국이 이란의 해협 기뢰 부설 가능성을 포착했다고 보도하며 유가를 추가 상승시켰다. 이후 백악관 대변인 리비트가 호위 사실을 재차 부인하고, IEA 회의가 SPR 방출 성명 없이 종료되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WTI는 결국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배럴당 85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미즈호의 조던 로체스터는 향후 1주일 내 중동 생산 차질이 하루 약 800만 배럴 규모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 막판 매도세에 줄줄이 하락 전환
원유 변동성의 직격탄은 주식시장이 맞았다. 오후 늦게까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주요 지수들은 원유가 반등하자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현재 S&P500의 WTI 선물과의 10일 상관계수는 9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음의 상관관계를 기록 중으로, 유가 상승이 곧 주식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S&P500과 다우지수는 각각 장중 1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소프트웨어 섹터 약세도 재현됐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더들은 시트리니 저점 대비 20% 반등 이후 소프트웨어 매수세가 약해졌고, 반도체 대비 소프트웨어의 상대 강도도 다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그니피센트7이 지수 상승분 대부분을 견인하며 시장 폭은 좁았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거래 강도를 10점 만점에 3점으로 평가했으며, 거래량은 20일 평균 대비 25% 줄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골드만삭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다. 미국 매크로 상품(지수·ETF) 공매도 비중이 5년 내 93번째 백분위수, 즉 2022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는 점에서 지수 변동성 폭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비트코인 7만2000달러 터치 후 7만 달러 지지…금 5200달러 회복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장중 7만2000달러에 근접했다가 7만 달러 선에서 지지를 확인했다. 비트코인과 금의 상대 강도를 나타내는 '비트코인·금 비율'은 역사적으로 주목받는 지지 구간에서 반등을 시도 중이다. 금은 온스당 5200달러 선을 재탈환했으나 원유 혼란이 이어지면서 막판 소폭 반납했다. 달러는 전반적 약세 속에 원유 변동성에 일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 3년물 국채 입찰도 부진한 결과를 냈다.
한편 WTI 옵션 시장에서 콜옵션 프리미엄이 수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있다는 점은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 불안 장기화를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G7 에너지 장관들의 구두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지속되는 한 공급 불안은 시장의 꼬리 위험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