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기대 후퇴가 맞물리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재평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거시환경의 긴축 지속 가능성과 함께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디파이(DeFi) 시장이 더 이상 낮은 위험 프리미엄에 의존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유가 100달러 상회, 3월 개인소비지출(PCE) 재가속,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기조, 그리고 온체인 수익률 대비 높은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이 동시에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누가 봐도 거시와 암호화폐가 분리돼 움직이기 어려운 시점에 나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세 번째 암살 시도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재부각됐고, 미국 대표단의 이슬라마바드 방문 취소와 이란 관련 협상 기대 약화가 국제 유가를 다시 밀어 올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까지 겹치며 에너지 공급 불안이 확산됐다. 전 세계 원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단순한 원자재 이슈를 넘어 미국 소비와 통화정책 전망을 동시에 뒤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
실제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8달러까지 올라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이는 소비자 체감물가를 자극하는 대표 지표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이 버티는 배경으로 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쏠린 극단적 집중도를 지목했다. 다만 이런 구조는 일시적으로 지수를 지탱할 수 있을 뿐, 기업 마진과 가계 지출, 연준의 정책 여건이 동시에 악화되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스탠스도 시장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는 데다 중동발 변수까지 더해져 완화 전환은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보고서는 이제 금리 인하 지연을 넘어 소폭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물가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3월 미국 PCE는 전월 대비 0.7%, 전년 대비 3.5% 상승했고, 근원 PCE 역시 전년 대비 3.2%를 기록했다. 실질 지출은 0.2% 증가에 그쳤고, 실질 가처분소득은 0.1% 감소했다. 반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2.0% 성장해 수요 붕괴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문제는 성장 둔화보다 물가 압력이 더 뚜렷하다는 점이다. GDP PCE 가격지수는 4.5%, 근원 PCE는 연율 4.3%로 집계돼 연준의 선택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최근 스트레스 장세 이후 온체인 자금 배분자들이 디파이(DeFi) 수익률이 실제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니마켓펀드 등 전통금융의 무위험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수 디파이 프로토콜은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 오라클 위험, 브릿지 위험, 청산 위험, 거버넌스 위험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면서도 기대수익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2026년은 디파이 역사상 해킹 손실 비율 측면에서 다년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에는 월간 기준 해킹 건수도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보안 사고 증가를 넘어, 디파이 전체의 위험 가격 산정이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은 그동안 ‘가치 누적’이라는 표현으로 토큰의 장기 가치를 정당화해 왔지만, 보고서는 이제 그 표현만으로는 자본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맥락에서 펌프닷펀과 모르포, 에이브(AAVE)는 서로 다른 자본 배분의 사례로 제시됐다. 펌프닷펀은 약 3억7000만달러 규모로 매입한 PUMP 토큰 전량을 소각했다. 유통 공급량의 약 3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향후 매도 압력을 제거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조치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인센티브나 인수, 재무 전략, 마켓메이킹에 쓸 수 있는 옵션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바이백과 소각이 약한 비즈니스를 구하지는 못하며, 지속 가능한 매출과 규율 있는 환원 정책이 뒷받침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모르포의 경우는 반대편에 서 있다. 기관 친화적 이미지와 의미 있는 대출 규모를 확보했음에도 보유자 수익은 여전히 0에 가깝다. 활성 대출이 약 38억5000만달러에 달하지만 수수료 스위치를 켜지 않은 것은 통합 확대와 금리 경쟁력, 기관 신뢰를 우선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당장의 토큰 보상보다 생태계 확장을 택한 전략으로, 초기 성장 프로토콜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에이브 역시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에이브는 매출과 브랜드, 위험 관리 체계, 대출자 신뢰를 모두 갖춘 대표 디파이 프로토콜이지만, 최근 복구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바이백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rsETH 관련 사안 해결 전까지 기계적인 매수세를 유발하던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에이브가 흔들리도록 방치하기에는 지나치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디파이 시장이 여전히 핵심 인프라 프로토콜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대한 시그널도 보수적이다. 비트코인은 7만6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미국 현물 ETF에서 3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이 나타나며 수급이 약해졌다. 보고서는 7만8000~8만달러 구간 회복과 ETF 순유입 전환이 동시에 확인돼야 의미 있는 반등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7만2000~7만3000달러 아래로 밀리면 저점 매수세가 상당 부분 소진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더리움은 더 냉정한 진단을 받았다. 2021년 강세장 이후 5년 동안 스테이킹과 레이어2 확장, 리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기관 인프라 등 수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현물 가격은 결국 같은 구간으로 되돌아왔다. 보고서는 이를 ‘저렴함’의 증거가 아니라 공급 과잉과 내러티브 피로, 약한 한계 매수자의 결과로 해석했다. 이더리움(ETH)의 펀더멘털 진전이 가격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의미다.
솔라나(SOL), 바이낸스코인(BNB), 하이프(HYPE) 등 다른 주요 자산에 대해서도 선택적 접근이 제시됐다. 솔라나(SOL)는 82~88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향후 행사와 생태계 촉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바이낸스코인(BNB)은 분기 소각과 업그레이드에도 640달러 회복에 실패해 구조적 강세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반면 하이프(HYPE)는 실질 매출과 토큰 단위 가치 누적이 비교적 명확한 몇 안 되는 대형주로 평가됐다.
한편 AI 주도 주식 랠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2000억달러를 웃돌며 신고점을 경신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도 AI 투자와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다만 오픈AI의 사용자 및 매출 목표 미달 논란은 AI 버블 논쟁을 다시 자극했다. 그럼에도 오픈AI는 주간 활성 사용자 9억명 이상, 소비자 구독자 5000만명 이상, 유료 기업 사용자 9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대규모 자금 조달도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AI가 여전히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지만, 시장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 실망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단순하다. 위험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며, 시장은 이제 선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지속, 연준의 제약된 정책 여건 속에서 암호화폐와 주식시장 모두 과거보다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디파이(DeFi)를 포함한 위험자산은 이제 ‘서사’보다 제품-시장 적합성과 매출, 복원력, 유동성,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실질적 구조를 입증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비용을 치를 준비가 된 생존 모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