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시장에서 ‘손실 상태’ 공급량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9000달러 아래로 밀리면서 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에 묶인 물량이 1080만 BTC로 늘었고, 이는 전체 공급량의 53.7%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 현물 ETF 자금 유출,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 기술주 조정이 겹치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흐름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수급과 거시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으로 읽힌다. 손실 구간에 진입한 비트코인(BTC) 물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상당수 투자자가 평가손 상태에 놓였음을 뜻하며, 반등 시 매도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함께 키운다. 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숫자 이상으로 크다.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단기 투자자는 물론 중장기 보유자 사이에서도 심리적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실제 자금 흐름도 좋지 않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8억 달러, 이더리움(ETH) 현물 ETF에서는 2억7300만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는 전주보다 유출 규모가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현물 ETF는 기관과 전통자본의 위험 선호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순유출 확대는 시장의 방어적 태도가 뚜렷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산별 흐름도 대체로 무거웠다. 비트코인(BTC)은 한 주간 5.72%, 이더리움(ETH)은 7.79%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다만 아발란체(AVAX)는 예외였다. 2분기 신규 주소 증가세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년 월드컵 티켓팅 모델 테스트에 아발란체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폴카닷(DOT)과 지캐시(ZEC)는 낙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지캐시(ZEC)는 고래와 인플루언서 중심의 매매 움직임이 하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측면에서도 시장은 새로운 변수와 마주했다. 미국 상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향후 4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는 디지털 달러 도입 논의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당장 비트코인(BTC) 가격을 직접 끌어올리는 재료로 보긴 어렵지만 향후 디지털 자산 제도권 논의의 방향성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 자산의 상대적 입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거시경제 환경은 암호화폐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뉴욕 증시에서는 그간 랠리를 이끌던 기술주와 AI 섹터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나스닥 지수는 주간 기준 4.60% 급락해 6월 초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S&P500도 1.95% 하락했다. 반면 가치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0.60% 오르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 자금이 성장주에서 방어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위험 회피 흐름이 재현된 셈이다.
여기에 오픈AI의 기업공개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며 AI 인프라 투자 과열 우려도 확산됐다. 이는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 전반의 투자심리를 식혔고,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을 더했다. 암호화폐는 기술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이런 조정은 비트코인(BTC)과 알트코인 전반에 간접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1%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고, 1분기 GDP 성장률은 2.1%로 상향 조정됐다. 경제 체력 자체는 견조하지만 서비스 물가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며 유동성 장세를 기대해온 암호화폐 시장에는 부담이다.
한편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휴전 협정에 합의하면서 공급망 불안이 완화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에너지 가격 안정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지만, 현재 시장은 이를 호재로 소화하기보다 통화정책과 위험자산 재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크립토 생태계 내부에서는 웹3 게임 ‘Mane City Mobile’의 사전 등록 개시가 눈길을 끌었지만, 시장 전반의 하락 압력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별 프로젝트 뉴스보다 ETF 자금 동향과 거시 변수, 투자심리 변화가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시장의 핵심은 ‘유동성’과 ‘수급’이다. 분기 말 리밸런싱과 자금 재배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BTC) 현물 ETF의 순유입 전환 여부, 연준의 정책 신호, 기술주 반등 가능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이 짚었듯 현재 시장은 손실 보유량 증가와 자금 유출, 거시 불확실성이 겹친 압축 국면에 놓여 있다. 단기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본격적인 추세 전환 여부는 비트코인(BTC) 수급 회복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의 복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