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세 차례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자신만의 통역 없이 크렘린궁 측 통역에만 의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NBC 방송은 현지시간 10일, 나홀로 러시아를 찾은 위트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외교 관례를 깨고 별도의 통역 없이 러시아 측 인물에만 의지했다고 보도했다. 전 부동산 재벌이자 암호화폐 사업가로 알려진 위트코프는 러시아어를 하지 못한다.
그는 2월 모스크바, 3월과 4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몇 시간씩 독대했다. 하지만 통역은 모두 러시아 측 인물이었다. NBC가 확보한 영상에는 위트코프 특사가 동행자 없이 현장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과 단둘이 앉는 모습이 담겼다. 통역사로 보이는 여성이 옆에 등장하자, 위트코프는 "통역? 대사관에서 온 거요? 오케이."라고 확인하는 장면도 있다.
한 서방 정보 당국자는 "두 사람이 러시아어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위트코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렘린궁의 통역사만 믿고 회담에 나선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 미국 대사는 "같은 회의에서 양국 통역을 들어봤지만, 표현이 전혀 달랐다"고 말하며 번역 과정에서 중요한 뉘앙스가 왜곡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위트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가자 전쟁, 이란 핵 협상 등 민감한 외교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전달에 빈틈이 생길 경우 향후 외교 전략 수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외교 방문 시 미 정부의 보안 통신 장비가 없는 전세기를 이용했고, 민감한 전화는 공항에서 미 대사관과 직접 통화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안 휴대폰은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트코프의 이번 행동은 단순한 외교 실책을 넘어, 국익과 직결된 정보 보안·외교 관례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