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가족들이 바다를 통해 항의 행동에 나서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이스라엘 내 반발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현지시간 7일,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을 출발한 배들이 남쪽으로 이동해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 도달했다. 이 배에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들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노란 리본(인질 구출을 상징)을 단 채 확성기를 통해 전쟁 중단 및 인질 석방을 호소했다. 다만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배들은 가자지구 해안에 직접 접근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해상 시위는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가자지구 완전 점령 여부를 논의하기 직전에 벌어진 것으로, 정부의 군사 작전 강화 기류에 맞선 시민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8일 새벽, 안보 내각은 가자지구 북부의 주요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점령하는 계획을 승인하며 전면적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들의 입장은 정부 정책과 뚜렷하게 엇갈린다.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의 리오르 호레브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계속되면 인질들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군사작전이 오히려 인질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 인질을 구출하진 못하지만 이번 행동으로 정부에 구조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뜻을 지닌 예후다 코헨은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 합의를 위해 국제사회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시위는 인질 생존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251명을 납치했으며, 이 중 50여 명이 현재도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명가량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스라엘은 같은 시기 대규모 보복 작전을 개시해 현재까지 1년 10개월간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가족들의 직접 행동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스라엘 내부의 피로감과 전쟁 회의론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인질 문제 해결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부의 군사적 전략에도 일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이스라엘 정치 및 안보 결정 구조에 외부 압력과 내부 갈등이 동시에 작용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