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고 대화 재개 기대가 커지면서 28일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런던국제석유거래소인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4.09달러로 전장보다 4.8%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배럴당 79.26달러로 4.1% 내렸다. 국제 유가는 24일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락했으며, 브렌트유 기준으로는 7월 13일 이후 약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브렌트유 누적 낙폭은 16%를 넘었다.
이번 하락은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커지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대이란 공습 중단이 이어지고 협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한풀 꺾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 좋은 대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량과 발전소 같은 기간시설을 대거 폭파하겠다고 다시 경고해,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드러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관리 방안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만은 최근 이란에 자발적 통행료 징수를 포함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관리 체계 구축을 제안했고, 선박 통항로를 두 개의 분리된 경로로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오만의 분할 관리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길목이어서, 이 지역의 운영 방식 변화만으로도 국제 유가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해상 운송 흐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로이터는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27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28척으로 4일 만에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중동 해상 운송로의 정상화 여부와 미국·이란 간 대화 진전 정도가 유가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긴장 완화가 이어지면 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협상이 흔들릴 경우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