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주주들이 CEO인 데이비드 자슬라브의 2024년 보상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번 주총에서 진행된 자문적 성격의 '세이 온 페이(Say-on-Pay)' 표결에서 총 10억 6,000만 주가 반대표를 던진 반면 찬성표는 7억 2,450만 주에 그쳤다. 기권과 브로커 무투표를 포함하면 거센 반대 의견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표결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을 분명히 드러낸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자슬라브 CEO는 지난해 총 5,190만 달러(약 747억 원)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경영 상황과 비교할 때 과도하다는 비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주주들과 경영진 보상을 두고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CNBC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에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체적으로는 별도 발표 없이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반대 표결은 콘텐츠 스트리밍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곡점에서 실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CNN, TBS 등을 보유한 이 미디어 기업은 기존 유료 방송 서비스의 해지 증가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고, 이에 대응해 지난해 말 TV 사업부와 스트리밍·영화 사업부를 분리하는 구조 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지속적인 성장 둔화와 전략적 리스크에 더해, 최고경영자 보상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주가는 장중 2.5% 하락하며, 올해 들어 누적 하락률도 약 8%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