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Designer Brands)의 주가가 한나절 만에 22%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대표 브랜드 DSW를 통해 오프라인 신발 유통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지만,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벗어났다.
회사는 조정 주당순손실이 26센트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6센트 손실보다 훨씬 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6억 8,690만 달러(약 9915억 원)로, 역시 시장 전망치인 7억 3,290만 달러(약 1조 550억 원)를 밑돌았다. 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은 셈이다.
더 나아가 디자이너 브랜드는 올해 전체 실적 가이던스를 전격 철회했다. 해당 기업은 직전 분기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 증가율을 한 자릿수 초반으로 제시하며 주당순이익(EPS)을 30~50센트로 예상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당 전망조차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그 하우(Doug Howe)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의 출발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 특히 관세 영향을 고려해 비용 통제와 마진 방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히 최근 강화된 글로벌 무역정책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재추진 중인 보호무역 기조와 관세 확대가 저가 수입 신발 제품 위주의 DSW 유통 전략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같은 의류·소비재 섹터에 속한 PVH, 갭(Gap), 디커스(Deckers) 등의 실적 경고와도 궤를 같이한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주가는 올해 들어 45%나 하락했고, 이번 급락으로 추가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 자체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들이 가이던스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점에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회복 속도는 결국 소비 회복 여부와 무역정책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