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 소프트웨어 기업 도큐사인(DOCU)이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 전망을 하회한 빌링(청구액) 실적과 함께 연간 가이던스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18% 가까이 주저앉았다.
도큐사인은 1분기 빌링 실적이 7억3,960만 달러(약 1조 650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7억4,780만 달러(약 1조 760억 원)를 밑도는 수치다. 연간 빌링 전망도 종전 33억~33억5,400만 달러(약 4조 7,520억~4조 8,016억 원)에서 32억8,500만~33억3,900만 달러(약 4조 7,424억~4조 8,082억 원)로 낮췄다.
이번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도큐사인이 전사적으로 도입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계약 플랫폼 전환 과정이 있다. 앨런 티게센(Alan Thygesen) 도큐사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기반 계약관리 솔루션(IAM) 구축에 따른 전략 변화가 매출 구조에 조기 영향을 미쳤다”며 “예상보다 빠른 고객 계약 갱신 감소가 청구 성장률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과 매출 성장 측면에서는 긍정적 지표도 확인됐다. 도큐사인은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90센트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7억6,370만 달러(약 1조 990억 원)를 기록해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회사는 이와 함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늘려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승인된 총 매입 한도는 14억 달러(약 2조 160억 원)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주가 급락으로 도큐사인은 올해 누적 기준에서 다시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됐다. AI 전환이라는 중장기 전략적 투자가 당장의 수익성과 성장 동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향후 주가 흐름은 플랫폼 전환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로 판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