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콘텐츠 대기업 월트디즈니가 기대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핵심 사업 부문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디즈니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236억5천만 달러(약 32조8천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월가 평균 전망치인 237억3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반면 주당순이익(EPS)은 1.61달러로, 시장 기대치(1.47달러)를 상회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혼조세를 보였다. 스트리밍과 체험형 콘텐츠, 스포츠 부문에서는 꾸준한 성장 흐름이 나타났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의 전 세계 이용자 수는 전분기보다 180만 명 늘어난 1억2천780만 명으로 집계됐고, 훌루 가입자도 소폭 증가했다. 테마파크와 크루즈 등이 포함된 '체험 사업'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8%, 영업이익이 13% 각각 상승했다. 스포츠 부문도 미국프로풋볼(NFL),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등 굵직한 콘텐츠 계약을 통해 영업이익이 29%나 증가했다.
반면, 전통적인 미디어와 영화사업은 부진한 성적을 냈다. 관련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극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엘리오'와 마블 스튜디오의 '썬더볼츠'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콘텐츠 판매와 라이선싱 부문도 2천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고, 콘텐츠 소비 행태가 스트리밍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는 이날 향후 전략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오는 8월 21일부터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앱 'ESPN'을 월 30달러에 단독 출시하고, 디즈니+, 훌루와 통합한 월 36달러짜리 번들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구독 수입 증대와 경쟁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위한 일환이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스트리밍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며, 장기적 성장 전략으로서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상황은 디즈니가 스트리밍 중심의 미래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만 단기적 성과는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 여부와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주가 반등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