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 거래 시간을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확대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동시에 시스템 구축, 인력 관리 등에 따른 현실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는 우려를 함께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전체 회원사에 거래 시간 확대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해왔다. 당초 회신 기한은 7월 31일까지였지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8월 8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거래소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정규장을 현행보다 한 시간 일찍 여는 안, 프리마켓 30분 운영 후 단일가 거래를 거치는 안, 프리마켓 운영은 동일하되 단일가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는 안이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이 지속된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지난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이 있다. 복수의 주식 거래 인프라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거래소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 시간을 연장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주요 증권사 열 곳을 대상으로 한 연합뉴스의 조사에서도 대부분이 "시장의 흐름상 거래 시간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수익 확대 기대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이 조기 개장하거나 심야까지 운영되면, 그에 맞춰 전산 시스템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고, 직원 근무 시간도 재조정해야 한다. 특히 정규장 시간이 오전 8시로 앞당겨질 경우, 증권사 전 직원이 오전 7시 출근을 해야 해 사실상 하루 일과가 두 시간 이상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주문 체결, 신용 공여(증권사에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시스템), 반대매매 처리 등 업무 전 영역에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합과 일선 직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거래소가 상장기업 2천700여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운영한다면, 증권사 직원과 기업 공시 담당자에게 과도한 업무가 전가될 것"이라며 인력 착취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시스템 도입에는 최소 9개월에서 최대 1년이 소요되며, 테스트 기간 부족으로 넥스트레이드 초기에도 오류가 발생했다는 증권사들의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세 가지 안 이외에 완전히 다른 방향의 시간 조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는 아직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회원사들을 설득하고 있으며, 향후 금융 당국과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거래 시간 확대 논의는 단순히 매매 시간 연장이 아니라, 자본시장 운영 체계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향후 협의 과정에서는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되, 참여자의 업무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