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는 미국의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인플레이션 흐름이 9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뿐 아니라 연말까지의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탓이다.
현재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해당 확률은 88.9%에 이르며, 지난주에는 90%를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12월까지 추가적으로 총 0.7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각각 46.7%, 42.3%로, 시장의 전망은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6월 CPI에서 관세 인상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 조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일과 14일 발표되는 7월 CPI와 PPI는 연준의 향후 결정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CPI에서 물가 압력이 강하게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7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6월의 2.9%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잭슨홀 회의도 변수다. 연준은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주요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연례 심포지엄을 연다. 이 회의는 9월 FOMC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내용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물가 안정 우선 기조를 재확인할 경우, 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보다 속도 조절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다.
한편, 증시는 차익 실현과 고평가 부담이 누적되면서 조정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눌림 장세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 수준에 이르러 향후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도 변수로 꼽히는데, 통상적으로 8월은 증시 흐름이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투자자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오는 15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의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휴전 논의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반환을 요구받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양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합의를 주도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단이 작용할 수 있어 시장은 관련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들은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외교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증시는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물가 압력 지속이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시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시장은 이번 주 실물 경제 지표와 잭슨홀 회의까지,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본격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