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이로 인해 하루 만에 1천100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현지시간 10월 10일, 뉴욕 증시는 장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국 소비자의 경제 심리를 측정하는 10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러나 당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긴장 고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문제 삼으며, 이를 "매우 적대적인 조처"라고 표현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군수산업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원료로,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앞으로 대규모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같은 날,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퍼센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 이후 주요 기술주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는 장중 한때 195달러를 넘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마감 무렵 4.85퍼센트 하락했고, 이로 인해 하루 동안 약 327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테슬라는 5.06퍼센트, 애플은 3.45퍼센트 각각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도 2~5퍼센트가량 주가가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이들 7개 주요 기술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7천700억 달러, 한화로 약 1천101조 원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방식으로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약 1조 달러의 시가가 사라졌던 사례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단기적 긴장을 넘어 정치·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충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 금융시장이 높은 연계성을 가진 상황에서, 양국 간 긴장의 수위와 이에 따른 보호무역 조치가 실현될 경우, 기술기업은 물론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